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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택건설현장 절반 “공사차질 경험있어”…타워크레인 태업에 고통

입력 | 2023-03-24 11:01:00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운용 및 건설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2023.03.14. 뉴시스


정부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태업 등을 통해 저항하고 있는 타워크레인 사업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별점검을 통해 35건의 불법·부당 행위 의심 사례를 적발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자격 정지 등 행정 처분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의심 사례의 대부분은 작업 지시 거부 등과 같은 성실 의무 위반 행위, 이른바 태업이었다. 이로 인해 전국 주택 건설 현장의 절반에서 공사 차질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24일(오늘) 타워크레인 태업 등 의심 사례에 대한 심의·처분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토부가 고용노동부 경찰청,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전국 오피스텔, 아파트 등 700개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특별 점검의 일부 결과에 대한 후속 절차이다.


● 타워크레인 불법·부당행위 대부분은 태업
국토부에 따르면 15~22일까지 7일 간 전국의 164개 건설 현장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성실 의무 위반 행위 33건, 부당금품 요구 2건 등 모두 35건의 불법·부당행위 의심사례가 적발됐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실 의무 위반 행위는 ▲정당한 작업 지시 거부 ▲고의적인 저속 운행에 따른 공사 지연 및 기계 고장 유발 ▲근무시간 미준수 등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A현장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작업계획서에 있는 거푸집 인양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서 공사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 현장은 결국 기중기 등 대체 건설기계를 투입해 관련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B현장에서는 인양작업을 할 때마다 40만 원의 금품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된 35건에 대해서 추가 증거 등을 확보한 뒤 행정처분 심의위원회와 청문절차 등을 거친 뒤 불법·부당행위로 확인되면 자격정 지 처분과 함께 경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번 특별점검 이외에 지방국토관리청 불법행위 대응센터에 접수된 부당금품 요구나 채용강요 등 28건에 대해서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또 관련 협회 등 유관단체를 통해 확인된 피해 현장에 대해서도 추가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면밀하게 건설현장의 피해 상황을 살펴 보고, 확인된 불법·부당행위는 속도감 있게 처분 절차와 수사 의뢰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국 400개 주택현장 절반, 태업에 공사 차질 우려

정부가 이처럼 타워크레인 태업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피해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주택협회가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타워크레인 태업실태를 조사한 결과, 주택건설 현장 400곳 가운데 절반 가량에서 공사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업체는 가동 중인 현장 15곳 가운데 13곳(88%)에서 태업으로 인해 사업 일정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되고 있는 현장의 경우 크레인 조종사의 96%가 노조에 소속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태업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의 태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사 지연이 평균 2개월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사가 늦어지면 그만큼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등 적잖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택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7일에는 주택협회 소속 회원사 실무자들로 구성된 ‘주택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대응 실무협의체’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피해현황과 대응방안 등을 신속하게 공유하기 위해서다.

주택협회는 이런 내용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21일 발표하면서 타워크레인 태업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신고와 함께 조종사 교체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이로 인한 공기지연 시 발생하는 지체상금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제도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