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헌법 12조 3항의 내용이다. 그런데 검사가 영장을 신청하기 위해 수사까지 할 수 있는지는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그래서 영장청구권과 수사권이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별개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져 왔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판단도 여기서 갈렸다.
▷헌법재판소가 23일 결정한 검수완박법 관련 권한쟁의심판 사건은 두 가지다. 먼저 국민의힘 의원들이 낸 소송에 대해선 ‘기각’ 결정을 내렸다. 민사소송에 견주면 원고 패소라는 뜻이다. 반면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낸 심판은 ‘각하’됐다. 청구 내용을 아예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냈다는 의미다. ‘권한이 침해됐고 이와 관련성이 있는 기관’만 소송을 낼 수 있는데,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대입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헌재가 각하를 한 이유에도 차이가 있다. 법무부 장관의 경우는 검수완박법에 따라 권한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아예 ‘관련성’이 없다고 봤다. 검사들은 관련성은 있으나 권한이 침해되지 않아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취지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가 6개에서 2개로 줄었는데 헌재는 왜 검사의 권한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것일까. 쟁점은 검사의 수사권이 법률상 권한인지, 헌법상 권한인지 여부였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수사기관 간에 수사권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벌어져왔다.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 모두 ‘국민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었다. 하지만 이제 헌재의 결정으로 일단락이 됐고, ‘누가’ 범죄를 수사하는지가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도 아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억울한 피해자를 줄일지에 형사사법체계 개선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