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 글, 그림·오후의소묘
주위가 조용해진다. 순간 공간은 평면으로 변하고 시간은 멎는다. 마치 내가 본 순간이 잠시 멈춰 온 세상에 나 자신과 그 공간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새로운 그림에 담길 장면을 만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과 조우할 때, 세상은 조용해진다. 그 순간과 나만이 남았다. 조용함을 듣는 시간이다. 여린 안료가 겹겹이 쌓이고, 물맛이 느껴지는 찰나들을 가만히 듣는다.
회화 작가가 그린 그림 57점과 그에 대한 글을 엮은 그림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