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5번 ‘공격 자제’ 촉구에도 비명계 집 앞 시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3.3.24 뉴스1
“요즘은 나에게도 여러분들이 받는 항의 전화가 온다. 나보고 ‘원래 이재명은 사이다였는데 이젠 변했다’며 손절하겠다 하더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1일 당 내 의원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당 내 의원들을 향한 전화와 문자메시지 공격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요즘 나도 당한다”고 토로한 것.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연일 개딸들을 향해 ‘내부공격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어느덧 이 대표조차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25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듭 호소한다. 함께 싸워야 할 우리 편을 공격하고 모욕하고 억압하는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적었다. 최근 개딸들이 비이재명(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의 집 앞까지 찾아가 피켓 시위를 벌이자 수습에 나선 것. 이 대표는 “설마 진짜 우리 지지자들일까, 민주당원들일까 의심이 든다”며 “민주당원이라면, 이재명의 지지자라면 즉시 중단하고, 그 힘으로 역사부정 반민생 세력과 싸워 달라”고 썼다.
시위 대상이 된 이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이제 개딸에 대한 분노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온다”며 “(집회 공지에 쓰인) 제 사진이 악한 이미지로 조작됐다. 악마가 필요했나”라고 썼다 .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자신의 지역구사무실 앞에서 ‘주인을 무는 개는 더 이상 애완견이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지지자 사진을 올린 뒤 “이런 행동이 당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자기만족적 행동으로 민주당과 이 대표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과거 극성 ‘문파’를 ‘양념’이라고 부르며 옹호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이 대표 역시 개딸의 당 내 목소리를 과도하게 키워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과거 민주당은 개딸과 절연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개딸의 대활약을 내심 반기면서 방조하고 격려하기 까지 했다”며 “이 대표가 ‘중재자 코스프레’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