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봄방학 신설해 연애 장려, 정자 기증받아 난임 여성들에게 제공, 아이 셋 낳으면 대출금 전액 탕감,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 저출산 현상으로 고민이 깊은 나라들이 생애주기별로 내놓은 각종 출산 장려 대책들이다. 정부는 16년간 280조 원을 쓰고도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자 새로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데 최근 여당이 내놓은 대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30세 전에 아이 셋을 낳은 아빠의 병역을 면제하자는 아이디어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에서 나왔다. 이번 주 대대적인 저출산 고령화 대책 발표를 앞두고 대통령이 “과감한 대책”을 주문하자 자녀 1인당 2억 원이 넘는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과 함께 문제의 대책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된 후 국민의힘은 “공식 제안한 바 없으며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우선 현실성의 문제다. 서른 전에 아이 셋을 낳으려면 20대 초반에 결혼해야 한다. 한국 남성이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는 평균 입직(入職) 나이는 26세가 넘고, 초혼 나이는 33.7세다. 20대 초에 결혼해 아이 셋을 키울 정도의 경제력이 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금수저 병역 면제법’이라는 조롱이 나온다. 군 복무 기간이 1년 6개월로 짧아져 셋 낳는 조건으로 면제받으려는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설사 서둘러 결혼해 부지런히 낳아도 셋째를 보기 전에 서른이 되면 아이 둘을 남겨두고 뒤늦게 입대해야 하는 황당한 일이 생긴다.
▷예전에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이 휴학이나 연수로 늦게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채용 시 불이익을 주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불필요하게 스펙 쌓으면서 결혼 시장에 늦게 들어오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였다. 모 국회의원은 “여성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몸매 변화에 대한 우려”라며 출산한 여성의 유방 수술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추진했다가 중단하기도 했다. 아님 말고 식 황당한 저출산 대책은 “이런 나라에서 애 낳고 싶겠나”라는 냉소주의만 부추기게 될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