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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AI를 이기려면 기업별 고유한 인재상 확립해야

입력 | 2023-03-27 03:00:00

‘챗GPT’ 시대 인적자원 관리
현장 중심 역피라미드 구조로
아이디어 샘솟는 환경 마련하고
전략 따른 차별화된 역량 육성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35∼2045년 인공지능(AI)의 능력이 인류의 지성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AI가 인간보다 모든 면에서 더 똑똑해진다는 것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의 놀라운 성능에 최근 일부 미국 학교가 과제 작성 등에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처럼 현재 일어나는 변화의 외관에는 충격을 받으면서도 장기적으로 벌어질 실제 변화에 대해서는 대비하지 않는 세태를 두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경고한다. “우리는 향후 2년 안에 일어날 변화는 과대평가하면서 향후 10년 동안 일어날 변화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AI가 기존의 직업과 일하는 방식,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하는 시대,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3월 2호(365호)에 실린 챗GPT 시대의 기업 인적자원 관리 방법을 요약 소개한다.


● 역피라미드 조직 구조
AI 시대, 기술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기업은 다양한 실험과 시도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 고정된 사업, 기술, 시장에 묶인다면 경쟁 기업뿐 아니라 AI의 표적이 된다. 손목 위에서 경쟁을 벌이던 시계 제조사들은 시장의 가장 큰 부분을 스마트 워치에 빼앗겼다. 살아남은 시계 제조사들도 이제는 모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제품을 생산한다. 이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문제는 이제 단순한 IT가 아닌 AI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현재 다루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AI가 도입될 것을 고려해 시장과 고객 경험에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지를 미리 상상하고 기획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사의 조직 구조를 역전시킬 필요가 있다. 역피라미드 조직, 즉 현장에서 먼저 실행하고 그중 최선의 결과를 선택하는 의사결정 구조는 꽤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그러나 위계를 중시하는 기업 조직에서 이런 역발상이 자리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다 실행 가능한 모델로서 미국 스탠퍼드대 로버트 버겔먼 교수는 기존 사업은 경영진이 담당하되 신사업은 중간 및 고위 간부가 맡을 것을 제안한다. 경영자가 기존 사업에서 수익을 확보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가운데 간부들이 마음껏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존 사업에서 성공한 경영자의 입김을 신사업에서 배제한다는 아이디어다. 실제로 영미 기업에서는 직역하면 ‘가장 보수를 많이 받는 사람의 의견’이라는 의미의 ‘HiPPO(Highest Paid Person’s Opinion)’라는 표현이 쓰인다. 결국 ‘최고경영자(CEO)의 독단’이란 뜻으로 이는 기업 내에서 다루기 어려운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CEO의 구태의연한 의견을 배제해 신사업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활발히 샘솟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 기업 전략에 부합하는 인재상 확립
기업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인재를 해고하고 소수의 컴퓨터 엔지니어와 AI를 그 자리에 투입하는 것은 모범 답안이 아니다. 물론 기존의 인재를 껴안고 가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해결책은 독특한 기업 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추진할 새롭고 개성적인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재는 누구일까.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천재 개발자일까. 미국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특급 인재들일까. 우선 수능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듯 인재들을 한 줄로 세울 수 있다는 관념부터 지울 필요가 있다. AI가 가장 따라잡기 쉬운 상대가 ‘척도가 명확해진 역량’이다. 천재적인 개발자 중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많으며 대학 졸업 학위는 프로그래밍 능력과 무관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어떤 기업에서나 똑같이 받아들여지는 우수 인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과 전략에 따라 적합한 인재는 역동적으로 변한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자사만의 인재상과 요구 역량을 구체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명품 구매 플랫폼 트렌비는 ‘상대를 탄복시킬 수 있는 겸손함’이라는 이미지를 역량의 핵심으로 설정한다. 마이데이터 플랫폼 뱅크샐러드의 인재상은 ‘데이터와 실험을 기반으로 임팩트를 만드는 사람’이다. 아직 추상적인 표현에 머무르고 보다 발전돼야 할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업종과 전략에 꼭 맞는 각자의 인재상을 확립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롭고 의미 있다.

이제 외부의 기준이 아닌 기업 전략에 부합하는 고유한 기준으로 모든 인적자원과 기회를 평가해야 한다. 그 기준은 기업마다 다르고 새롭고 독특하기 때문에 AI가 쉽게 학습하기 어렵다. 이처럼 기업이 고유한 인재상을 확립하고 인재는 그에 맞는 차별화된 역량을 개발해 나갈 때 AI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 크리에이터 경제 허브로 도약
기업이 산업의 주역으로 살아 남으려면 AI가 창출하는 콘텐츠에 맞설 자원이 필요하다. 고인 물이 된다면 아무리 탁월한 인재들이 모인 기업이라도 곧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이에 오늘날 플랫폼 기업은 필요한 모든 역량을 사내에서 확보하기보다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들의 네트워크로 거듭나고 있다. 애플의 앱 개발자, 아마존의 아마존 셀러, 에어비앤비의 슈퍼 호스트, 구글의 유튜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단순한 프리랜서도, 영세 자영업자도 아니다. 각각 비즈니스의 주체이며 플랫폼을 풍요롭게 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다. 이처럼 기업이 다양하고 역동적인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크리에이터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는 교차로가 될 때 AI에 쉽게 잠식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김은환 경영 컨설턴트·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장 serikeh@gmail.com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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