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상학자 이토 히로키 씨
일본 기상학자 이토 히로키 씨(37·사진)의 한 해는 벚꽃과 함께 피고 진다. 일본 오사카 기상예보 업체 일본기상주식회사에서 일하는 이토 씨 핵심 업무는 벚꽃 개화 시기 예측이다.
벚꽃 구경을 뜻하는 일본어(하나미·花見)가 따로 있을 정도로 봄이 오면 전 일본 국민 관심사는 ‘꽃이 언제 필까’에 쏟아진다. 이토 씨 역할은 올해 특히 막중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물러간 뒤 처음 맞는 벚꽃철이기 때문이다.
벚꽃은 단 일주일간만 활짝 핀다. 이토 씨는 1000곳에 달하는 ‘벚꽃 명소’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1년 내내 전국 기온 측정값을 수집해 정밀하게 분석한다고 25일 미국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벚꽃나무 꽃눈은 초여름에 만들어진 뒤 휴면을 거쳐 피어나기에, 개화 시기를 알려면 가을 겨울 날씨 정보도 중요하다.
개화 예측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것은 상춘객뿐만이 아니다. 꽃놀이철에 맞춰 카페들은 꽃잎 모양 초콜릿을 얹은 ‘벚꽃라테’를 내놓고, 여행사들은 관광상품을 앞다퉈 출시한다. 오사카 간사이대는 올해 벚꽃관광이 창출하는 경제효과가 약 6160억 엔(약 6조 원)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토 씨 어깨는 꽤 무거운 편이다. 일본 기상청은 2007년 개화 예측이 9일이나 빗나가 대국민 사과까지 한 뒤 2010년부터 예보를 중단했다. 이후 민간 예보기관끼리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이상기온이 잦아지며 자연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토 씨는 가을산이 단풍으로 물드는 시기, 꽃가루 알레르기를 조심해야 할 시기, 과일을 수확하기 좋은 시기까지 업무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아직 벚꽃이 국토의 절반까지만 올라왔다”며 “마지막 개화가 이뤄질 5월까진 벚꽃에 초점을 고정하겠다”며 웃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