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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하기로… 서방 “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

입력 | 2023-03-27 03:00:00

나토 회원국 폴란드-라트비아 코앞
러 “7월1일까지 핵무기 저장고 완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동맹국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러시아가 해외에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소련이 붕괴한 1991년 이후 32년 만이다. 특히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1년이 넘어섰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푸틴 대통령이 서방을 향해 반복적으로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러시아24’ 방송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러시아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다”며 이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또한 수십 년간 전술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 왔다”며 이번 배치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자국 영토를 러시아군의 이동 통로로 제공하는 등 줄곧 러시아의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핵무기 운반 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개, 항공기 10대 등을 벨라루스에 주둔시켰다고 했다. 이어 “7월 1일까지 전술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하겠다”며 구체적인 배치 일정 또한 공개했다. 미사일 운용 등을 위한 벨라루스군의 훈련 또한 다음 달 3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하겠다는 20일 영국 국방부의 발표가 이번 조치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화우라늄을 탄두로 만든 포탄으로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핵물질로 분류되거나 국제적 금지 무기는 아니다. 그런데도 푸틴 대통령은 당시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달 21일에도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과 똑같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결정을 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내린 가장 중요한 무기 조치라고 진단했다. 한스 크리스텐센 미국과학자연맹(FAS) 국장 또한 “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이라고 가세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5일 “미국의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의 행보가 위협 성격이 짙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 재무부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전용기, 벨라루스 기업 두 곳을 제재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