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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원 돈가방 놓고내린 日관광객…버스기사 기지로 되찾아

입력 | 2023-03-27 11:18:00

일본인 관광객이 버스에 8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여권, 비행기 표가 든 가방을 두고 내렸다.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현금 800여만 원이 든 가방을 버스에 놓고 내린 일본인 관광객이 버스기사의 발 빠른 대처로 되찾았다.

경찰에 따르면 172번 시내버스 기사 이성문 씨(55)는 지난 19일 낮 12시20분경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차고지로 들어온 다음 버스 안에서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 안에는 5만 원권 47장, 1만 엔(약 9만9000원)권 47장 등 약 800만 원의 현금과 일본 여권, 비행기 표가 들어있었다.

이 씨는 아까 버스에서 본 일본인 관광객의 가방이란 것을 직감했다. KBS가 공개한 버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앞서 이 씨의 버스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올라탔다. 그중 한 남성은 캐리어를 옆에 두고 흰색 손가방만 의자에 올려 뒀다. 남성은 잠깐 뒤돌아서 한눈을 팔더니 이내 손가방을 깜빡하고 캐리어만 들고 내렸다.

일본인 관광객에게 분실물을 찾아준 172번 시내버스 기사 이성문 씨(55).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이 씨는 빨리 주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가방을 들고 차고지와 가까운 서울 노원경찰서 민원실로 달려갔다. 현금뿐 아니라 여권까지 잃어버린 외국인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린 것이다.

이 씨는 경찰관에게 “외국인 관광객의 유실물로 보이는데 회사 지침대로라면 주인에게 돌려주기까지 사흘이 걸리니 빨리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주한일본대사관과 연락이 닿지 않아 가방 안의 소지품을 살피던 중 호텔 숙박카드를 발견했다. 경찰은 해당 숙박업체에 일본인 관광객의 신원을 요청해 연락처를 구했고, 약 1시간 30분 만에 가방을 돌려줄 수 있었다.

당일 출국을 앞두고 현금과 여권, 비행기 표 모두를 잃어버렸던 일본인 관광객은 “망연자실하던 중 한국인이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찾아줘 무사히 관광을 마쳤다”며 이 씨와 한국 경찰에 감사를 전했다.

이진수 서울 노원경찰서장이 일본인 관광객의 분실물을 적극적으로 신고한 이성문 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고 있다. 서울 노원경찰서 제공

이 관광객은 이 씨에게 사례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 씨는 극구 사양했다. 이 씨는 “우리나라에 관광 온 사람이지 않느냐. 일본인이고, 외국인이고. 그러다 보니까 한국인들에 대해서 이렇게 친절하고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이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원경찰서는 이 씨에게 “외국인의 유실물을 습득해 신고하고 환부한 공이 크므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감사장을 수여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