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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프면 심장·심혈관 질환?[건강 기상청:통증으로 본 질환]

입력 | 2023-03-28 03:00:00

[인터뷰] 임도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흉통 부위, 증상으로는 질환 몰라
반드시 정확한 검사 받아야
가장 흔한 흉통은 역류성 식도염




박해윤 기자

사람들은 흔히 왼쪽 가슴에 통증이 있으면 심장질환이나 심혈관계질환을 의심한다. 가슴 중앙 명치 부분이 아프면 위, 식도 등 소화기계통 질환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가 정답이다.

이런 오해는 우리 뇌리에 자리 잡은 장기 위치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와 ‘병이 난 장기나 조직 근처가 아프다’는 착각에서 비롯됐다. 많은 사람이 심장은 왼쪽 가슴에 위치하고 위는 가슴 정중앙에 자리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심장은 가슴 정중앙인 명치를 걸쳐 왼쪽 젖꼭지까지 펼쳐져 있고, 위도 횡격막 아래 정가운데서 시작해 왼쪽으로 훨씬 더 치우쳐 있다.

임도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흉통을 느끼는 위치로는 어느 장기에 어떤 질환이 생겼는지 알 수 없다”며 “통증 부위는 원인 질환을 추론할 수 있는 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임 교수를 만나 흉통과 심장, 심혈관계질환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들었다. 임 교수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과장과 심혈관센터장, 고려대학교 연구처장, 융합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심근경색, 대동맥박리 흉통은 응급 상황

왼쪽 가슴이 아프면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병원 응급실에 온 환자가 배꼽 위부터 턱 부위까지 넓은 범위에 통증을 호소하면 심장질환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해서 일단 심전도검사부터 한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통증 부위가 배꼽 위 상복부와 가슴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소화기계통 질환 등 기타 질환일 가능성도 있으나 일단 심장질환이 급하기 때문이다.”

흉통 발생 부위와 장기의 위치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말인가.

”흉통은 심장, 폐, 흉벽, 식도, 위 및 기타 기관을 포함해 신체 여러 부분에서의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통증 위치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심장 문제와 관련된 흉통은 일반적으로 가슴 중앙에서 느껴지지만 그 위치를 정확히 집어낼 수 없다. 환자가 손가락으로 통증 부위를 정확하게 가리킬 수 있는 통증은 심장 문제일 가능성이 낮다. 위장관 문제(위산 역류나 위염 등)와 관련된 흉통은 주로 상복부 중앙에서 느껴지지만 가슴, 등의 통증으로 오인되기 쉽다. 흉통의 원인 질환은 통증 발생 부위, 통증의 질(예리함, 둔함, 작열감 등), 통증 발현 시간대, 지속시간 및 동반 증상(숨 가쁨, 발한 등) 등을 종합해 추론만 할 따름이다.”

흉통 발현 시간대나 지속시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식사와 관련해서 흉통이 발생하거나 심해진다면 소화기계통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운동 후에 통증이 발생하거나 심해진다면 심혈관계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3~5분 이내 운동과 관련된 통증이 지속된다면 협심증을 의심할 수 있다. 대개 30초 미만의 찌르는 듯한 짧은 통증은 특정 질병 때문일 가능성이 적다. 주로 밤이나 새벽, 아침 시간에 통증이 자주 나타나는 질병이 있지만 그것만으론 정확한 질환 감별이 어렵다.”

통증 부위, 증상, 지속시간 등을 종합해도 원인 질환을 알 수 없다는 얘기인가.

“이들을 모두 종합해 원인 질환을 추정할 따름이다. 흉통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선 반드시 진단검사(심전도검사, 혈액검사, 심장초음파검사, 심장 CT 등)를 해야 한다. 객관적 검사를 통한 확인 없이 증상이나 양상만으로 특정 질환이라 단정 짓거나 치료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흉통이 있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하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흉통의 원인 질환에는 어떤 게 있나.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협심증(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으로 가는 혈류 감소),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 심낭염(심장 주변 주머니의 염증) 같은 심장 관련 질환부터 대동맥박리증(대동맥 벽의 파열) 같은 심혈관계 문제일 수 있다. 위식도역류질환(GERD), 소화성궤양 또는 담석 같은 위장관계 문제일 수도 있고, 폐렴, 폐색전증(폐혈관 막힘), 흉막염(폐 내막의 염증) 같은 호흡기질환 때문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늑연골염(늑골과 흉골을 연결하는 연골의 염증), 갈비뼈 골절 같은 근골격계에 문제가 생겨도 흉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불안 또는 공황 증상 때문에 흉통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상포진 같은 피부질환으로 인해 흉통이 오기도 한다.”

심장질환이나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흉통의 특징이라면.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 같은 심장 관련 흉통의 특징은 가슴 압박감과 팔, 목, 턱, 등 또는 위로 퍼져가는 통증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숨 가쁨, 발한, 메스꺼움, 현기증을 동반할 수 있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심장이 충분한 혈류를 받지 못할 때 생긴다. 특히 운동과 연관해 환자가 ‘가슴을 쥐어짜는 것 같다’, ‘뻐근하다’, ‘타오르는 것 같다’, ‘쑤신다’ 등의 증상 표현을 한다면 협심증을 의심할 수 있다. 심근경색은 환자의 대부분이 흉통을 호소하는데, 이때 왼쪽 팔, 어깨 또는 턱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통이 있다. 가슴 압박감이 휴식 시에도 2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심근경색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몸 전체에 피를 공급하는 대동맥의 벽이 찢어지는 대동맥박리증은 흉통과 함께 등, 허리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즉각적인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극심한 흉통이 지속되거나 숨 가쁨, 현기증, 발한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다. 심혈관이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이 대표적이다. 흉통이 몇 분 동안 지속되고 숨 가쁨, 발한 또는 현기증이 동반된다면 즉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흉부 또는 등 상부에 팔이나 목으로 퍼지는 갑작스럽고 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숨 가쁨, 발한 또는 현기증 증상을 동반하면서 통증 부위가 점차 위아래로 진행한다면 대동맥 벽이 찢어져 출혈이 생긴 대동맥박리증일 가능성이 있다. 이때도 즉시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장관 질환에 의한 흉통은 어떻게 다른가.

“역류성식도염은 가장 흔하게 흉통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위산이 식도 및 후두로 역류하는 질환으로 속쓰림과 가슴 작열감을 유발한다. 이를 포함해 소화성궤양, 담석 같은 위장관 질환은 상복부와 가슴에 화끈거림과 쑤시는 듯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음식을 먹거나 누운 후에 악화할 수 있으며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호흡기질환에 의한 흉통의 특징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호흡기질환에 의한 흉통은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으며, 깊은 숨을 쉬거나 기침할 때 심해지기도 한다. 열, 기침, 숨 가쁨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폐동맥이 혈전에 의해 막혀 발생하는 폐색전증의 경우 갑작스러운 흉통, 숨 가쁨, 빠른 심장박동, 피를 토하는 기침, 현기증 등의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갑작스럽고 심한 흉통, 숨 가쁨, 빠른 심장박동, 흉부 압박감 등이 있으면 흉막강으로 공기가 새는 긴장성기흉일 가능성이 있으니 이때도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근육 문제로도 흉통이 발생할 수 있나.

“그렇다. 가슴 정중앙의 흉골과 갈비뼈를 연결하는 연골이나, 흉부 전체에 퍼져 있는 다양한 근육에 외상 또는 무리한 운동 등으로 염증이 생기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간혹 근육 문제로 인한 흉통 증상이 심장마비와 비슷해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적절한 체중 관리와 식이조절이 중요

심한 흉통을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흉통이 느껴진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흉통은 심장질환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중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심장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평소에 없던 심한 통증이 20분 이상 지속되면서 쉬어도 가라앉지 않을 경우에는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심장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가이드가 있다면.

“규칙적인 운동이 심혈관질환 환자들의 운동능력이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는 있지만 심장질환 자체를 예방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하지만 적절한 체중 관리와 식이조절을 통해 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을 방지하고 치료하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