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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일수록 답은 현장에 있다[광화문에서/신수정]

입력 | 2023-03-27 21:30:00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현장의 아이디어가 없으면 변화를 일으킬 수 없습니다. 직원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합니다.”

얼마 전 열린 동아비즈니스리뷰(DBR) 비용 절감 세미나에서 ‘성공적인 비용 절감 실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안장현 딜로이트안진 상무가 한 답이다. 지속 가능한 비용 절감을 하려면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점검, 검토, 개선해 효율적인 비용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실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안 상무는 “비용을 줄이려면 조직이 변해야 하는데 변화는 고통스럽다”며 “현장과 소통하지 않으면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커져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업 경영에서 현장의 중요성은 비용 절감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경영 활동에 해당된다. 특히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최고경영자(CEO) 개인의 과거 경험이나 지식 등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3∼4월호에서 현장과 긴밀히 소통해 뛰어난 성과를 거둔 CEO들을 소개했다.

쓰러져 가던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를 8년 만에 회생시킨 위베르 졸리 전 CEO는 직원들을 ‘창의적 엔진’이라고 부른다. 기업에 시급한 혁신과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자신이 모든 답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현장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들에게서 모든 답을 찾았다”고 했다.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도 현장을 잘 챙기는 리더로 유명하다. 18세부터 현장실습생을 시작으로 제조 엔지니어, 공장 검사원, 설계 엔지니어 등을 거쳐 관리직까지 40년 넘게 GM에서 일했던 그는 CEO 취임 이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거리낌 없이 안전 문제 말하기(Speak Up For Safety)’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후에는 공장 직원들과 수시로 만나 문제점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니틴 노리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CEO들은 평균적으로 팀과 보내는 시간이 6%, 고객과 보내는 시간은 3%에 불과하고 무려 72%의 시간을 회의에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CEO는 거품막 속에서 따로 떨어져 사업을 운영하고 직원들이 처해 있는 진짜 세계를 전혀 보지 못하는 위험에 빠져 있다”며 “직원 및 고객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회사와 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는 데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의 새 CEO로 20일(현지 시간) 취임한 랙스먼 내러시먼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4시간씩 매장에서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40시간의 바리스타 교육을 마친 그는 다른 임원들에게도 매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국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활발히 현장경영을 펼치고 있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늘 현장에 답이 있다)’의 자세를 갖고 현장을 찾는 CEO들을 응원한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