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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사법 무력화 반대’ 국방장관 해임… 70만명 분노 시위

입력 | 2023-03-28 03:00:00

주요 노조 총파업에 공항 혼란 극심
경제장관 “총리가 내전 직전 몰아가”
美백악관 “현 사태에 깊은 우려”
야권선 네타냐후 총리 축출 촉구



이스라엘 경찰, 시위대에 물대포 2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대통령의 사법부 무력화 법안 강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자 경찰이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네타냐후 대통령이 하루 전 법안 강행을 공개 비판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전격 해임한 것에 분노한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오자 강경 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추진 중인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둘러싼 이스라엘 사회의 내홍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 리쿠드당 소속이지만 법안 강행을 공개 비판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26일 전격 해임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이날은 물론 27일에도 길거리로 몰려나와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부 장관, 니르 바르카트 경제장관 등도 반기를 드는 등 극우 연정 내부의 비판 여론 또한 상당하다.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관련 재판에서 그를 변호하고 있는 변호인단까지 “변호 중단”을 선언했다. 이스라엘 주요 노조 또한 총파업을 선언해 27일 최대도시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서도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핵심 우방인 미국도 거듭 우려를 표했다.

야권에서는 아예 네타냐후 총리의 축출을 거론했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베이테이누당 대표는 27일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기를 희망한다. 리쿠드당이 새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갈란트 국방 해임에 26일에만 70만 명 시위

네타냐후 총리실은 26일 성명을 통해 “총리가 갈란트 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하루 전 TV 연설을 통해 “입법 절차를 중단하라”고 했다가 쫓겨났다. 이 결정이 알려진 후 전국 곳곳에서는 비판 시위가 벌어졌다.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새벽부터 시위대 수만 명이 아야론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로 한가운데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채널12’ 방송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전국에서 약 70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27일에도 의회(크네세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국 주요 시장과 지역의회 지도자 등 27명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날 예루살렘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고위 관료와 미국의 우려도 상당하다. 조하르 장관은 “집에 불이 났을 때는 누가 옳은지 묻지 말고 우선 거주자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바르카트 장관 또한 “(총리가) 국가를 내전 직전으로 몰고 갔다”고 가세했다. 아사프 자미르 미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는 “더 이상 이 정부를 대표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6일 성명에서 “현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가능한 한 빨리 타협점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 네타냐후 거취 논란으로 번져

정치권에서는 총리 축출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버만 대표는 27일 “리쿠드당에 있는 친구들에게 네타냐후 총리를 축출하고 리쿠드당 출신의 새 총리를 내세워 새 연정을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독재자도 인구의 모든 부분을 포괄하는 광범위하고 정당한 공개 항의에 맞설 수 없다”며 거듭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거론했다.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 등도 총리의 법안 강행을 ‘독재’로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재 6개 정당이 모인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은 의회 120석 중 64석을 차지하고 있다. 리쿠드당이 32석, 나머지 5개 정당이 32석을 보유하고 있다. 사법부 무력화 법안 강행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면 이 5개 정당 중 네타냐후 총리에게 등을 돌릴 정당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법부 무력화 법안의 골자는 대법원의 최종심 기능을 약화시키고 행정부가 법관 인사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집권 시절의 개인 비리로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셀프 방탄’을 위해 도입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