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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배상 해법, 이제 공은 일본으로… 피해자 보듬을 방법 日도 고민해야”

입력 | 2023-03-28 03:00:00

정부 고위당국자 밝혀
“‘강제동원 없었다’는 日외상 발언
문제 해결 과정서 유감스러운 일”
윤덕민 주일대사 기자간담회



윤덕민 주일본대사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3.27 뉴스1


“공은 일본 쪽에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7일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발표했지만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같이 답한 것. 이 당국자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피해자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일본도 한국도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강제동원 없었다’ 日 외상 발언 유감”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이 “강제동원은 없었다.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야시 외상은 정부가 6일 제3자 변제안 해법을 발표한 뒤 9일 일본 국회 위원회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했다.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제3자 변제안 등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서로 모순되는 걸 정부가 존중해 나가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과 일본의 불법 지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한일 협정으로 사라지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 간 모순된 부분이 있었던 만큼 그 안에서 정부가 도출한 최선의 해법이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대사는 또 “각 국가가 유엔 결의안 찬반 투표를 할 때 한일 간 의견이 거의 98% 일치한다”며 “한일은 역사 문제를 가지고 싸워 왔지만 전략적 이해관계는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냉전이라고 할 만큼 위협이 현실화됐다”며 “우크라이나 전쟁도 발발한 상황에서 전략적 이해관계가 거의 일치하는 한국과 일본의 갈등 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7월 부임 당시) 신뢰가 무너져 있었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을 강하게 밀어붙이지도 않은 어정쩡한 관계”라고 전했다. 이어 “가장 좋은 시절로 돌리는 것이 제 과제였다”고도 했다. 또 “한일 정상회담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난 10년간 외교전쟁을 했었지만 이제 정상적인 한일 관계로 전환되는 하나의 계기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 “일본 우익 일부도 한국과 협력 중요시”

윤 대사는 “역사를 미화하려는 우익은 여전히 한국에 부정적”이라면서도 “안보를 중시하는 우익 세력은 한국과의 협력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국에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 이어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논조가 변했다”면서 “가장 한국에 비판적이었던 산케이신문의 사설도 한일 협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우익까지 일부 한일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생긴 만큼 좀 더 자신감 있게 양국 정부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방일 기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죄’ ‘반성’ 등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역대 내각의 담화를 전체 계승한다”고만 밝힌 것에 대해서 고위 당국자는 “일본이 역사 인식을 담은 담화를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표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그전에 그것(담화)이 지켜지지 않던 관계에서 (이제) 지켜지는 관계로 복원됐단 생각”이라며 “저도 한일 정상회담 후 대사관 직원들에게 ‘담화를 계승한다고 했으니 이를 토대로 역사 문제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도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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