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운데)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뉴스1
28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전 씨가 이날 오전 6시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 도착하자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했다. 전 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조사하던 경찰은 전날 법원으로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전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전 씨는 전날 0시경(현지 시간)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86편을 타고 이날 오전 5시 54분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진회색 정장에 남색 넥타이를 맨 전 씨는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이끌려 오전 6시 51분경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분가량 취재진의 질문에 응한 전 씨는 연신 고개를 숙인 채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감사드린다”며 “저의 삶이 소중한 만큼 모든 사람들의 삶이 소중하기 때문에 최대한 열심히 수사 받고 나와 빨리 5·18 단체 유족, 피해자들에게 사과 드리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전 씨는 체포 직후 취재진에게 “(유튜브)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 미국에서 마약을 사용한 병원 기록도 다 있다”며 사실상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전 씨는 앞서 미국에 체류 중이던 16일(현지 시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마약 추정 물질을 복용하는 영상을 올린 적 있다. 마약 범죄는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합법국가에서 투약했더라도 국내에서 처벌을 받는다.
전 씨가 체포되면서 이날 전 씨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및 유족 간 만남도 무산됐다. 전 씨는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하기 위해 입국 직후 광주에 있는 5·18기념문화센터 등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이에 5·18 관련 단체들은 전 씨의 광주 방문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전 씨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광주 방문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아울러 경찰은 전 씨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마약을 투약했다고 지목한 지인 중 국내에 거주하는 2명을 불러 조사했다. 해외에 체류 중인 나머지 인물들은 국내에 입국하면 추후 조사할 방침이다.
인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