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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파노라마·스페이스 줌 촬영…디카 기술의 ‘콜럼버스의 달걀’ 3가지 [청계천 옆 사진관]

입력 | 2023-03-28 11:38:00


카메라 업계, 즉 디지털 광학 이미징 기술 세계의 다양한 발전 속도는 놀랍다. 사진기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사진기자 위에 사진작가, 사진작가 위에 사진 소비자, 사진 소비자 위에 엔지니어’라는 말을 하는데, 광학 엔지니어들이 구현하는 혁신적인 이미징 기술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신기술 덕분에 사진가들도 새로운 사진을 시도할 수 있다.

엔지니어들은 완전히 새로운 기계를 발명해 새로운 사진기법도 만들지만,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간단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기존 기기를 응용해 새로운 사진기법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이 중 3가지를 소개해 드린다.

1) 드론 360도 촬영

3차원 공간을 360도로 촬영하는 카메라가 있다. ‘구글 스트리트뷰’ 등 지도 앱 제작 업체는 자동차 지붕 위에 이 360도 카메라를 달고 거리와 풍경을 촬영한다. 구글맵 카메라는 렌즈 8개로 구성됐고 이 렌즈들이 모든 방향을 사각(死角) 없이 다 찍는다. 즉 전용 카메라가 있어야 가능하다.

사진 출처=구글 홈페이지



사진출처 =제조사 홈페이지



반면 드론은 렌즈 하나로도 360도 사진을 찍는다. 본체와 카메라를 움직여 찍으며 사각(死角)을 없애는 것이다. 렌즈 8개가 필요 없다. 이는 드론에 호버링(Hovering) 기능이 있어 가능한데 공중에 멈춘 채 떠 있는 기능이다. 또 카메라를 위 아래로 움직이는 틸트(Tilt) 기능도 있다. 이 두 가지 기능을 활용하면 공중에 멈춰 서 제자리를 빙글 돌면서 카메라를 위 아래로 움직여 지상(地上)을 촬영할 수 있다. ‘360도 파노라마’ 설정 버튼을 누르면 프로그래밍된 움직임에 따라 드론이 자율적으로 찍어준다.

렌즈 하나로 촬영하니 드론이 흔들리면 시차(視差)와 시차(時差)가 동시에 생길 수 있지만 드론 카메라에는 흔들림을 잡아주는 짐벌(Gimbal) 기능이 내장돼 있어 거센 바람만 없다면 큰 문제는 없다.

드론으로 촬영한 360도 이미지 원본.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원본에서 추출한 평면 이미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 파노라마 사진

필름 시절, ‘와이드럭스’라는 카메라가 있었다. 태엽의 힘으로 렌즈를 카메라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사진가 기준) 돌려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다. 속도도 조절할 수 있었는데 태엽의 풀리며 ‘치~’하고 돌아가던 렌즈 소리가 아직 추억으로 남아있다. 흔들림을 막기 위해 삼각대고정은 필수. 풍경 사진가들은 아마 이 카메라를 한 두 대 다 갖고 있었을 것이다.

사진출처 =eBay 홈페이지



이 아날로그 촬영 방식을 차용한 것이 요즘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 태엽이 돌려주던 렌즈 회전을 인간의 근력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려 찍는 방향도 아날로그 시절과 똑같다. 촬영된 이미지 데이터는 ‘스티치(Stitch)’ 기능으로 해결한다. 원래 이 스티치는 사진 여러 장을 ‘꿰매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이 또한 폰카 기능으로 응용됐다. 사람이 손으로 돌리니 흔들림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또한 스티치 기능으로 해결한다.

3) 프리즘과 스페이스 줌

달 표면도 찍어준다는 폰카의 스페이스 줌은 어떻게 가능할까? 망원렌즈는 길다. 사물을 ‘당겨서’ 찍으려면 촬영 화각(Angle)이 좁아야 하고, 화각을 좁히다 보면 렌즈의 초점거리가 길어져 자연히 렌즈통 또한 길어진다. 이 때문에 10여 년 전에는 망원렌즈 줌이 튀어나오는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고장의 위험도 많고 부피가 커져 불편했다.

2013년 삼성 갤럭시 광고



필름 카메라 시절 카메라엔 프리즘이 있었다. 일안 반사식 (SLR) 카메라였는데 필름 앞과 뷰파인더에 거울을 대고 빛을 반사-반사시켜 눈으로 촬영 앵글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 카메라로도 이어졌다.

구글 이미지 검색



광학 엔지니어는 이 SLR의 프리즘을 적용해 스마트폰의 망원렌즈를 해결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프리즘을 거꾸로 응용한 것. SLR의 프리즘은 필름에 노출되는 이미지(렌즈를 통과한 빛)를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용도였지만 폰카의 프리즘은 거울에 반사된 빛을 렌즈가 촬영하기 위해서다. 촬영방식을 180도 바꾼 것.

이 프리즘 덕분에 스마트폰 뒷면에 망원렌즈를 눕히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뒷면이 깔끔해진 것이다.

갤럭시20의 망원렌즈 . 업계에선 ‘폴디드(Folded) 렌즈’라 부른다. 프리즘(왼쪽 아래)로 들어온 빛이 렌즈로 반사돼 이미지센서로 가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15년 경 인도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L16’이란 카메라를 선보인 뒤 대량 생산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한 적이 있다. 렌즈가 16개나 있어 위와 같은 이름이 붙었는데 아이디어 자체는 참신했다. 당시만 해도 폰카 모듈은 광학 줌 기능이 없었는데 이를 화각이 다른 16개 렌즈로 해결하려 했던 것. 폰카 모듈이 저렴해 졌기에 가능했다. 이 카메라는 광각부터 망원까지 다양한 화각이 있었는데 내 눈길을 끈 것은 망원 렌즈였다. 프리즘을 이용해 망원렌즈를 돌출시키기 않고 눕혀버렸기 때문이다. 이 엔지니어들이 이 프리즘 방식의 망원 폰카모듈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프리즘을 이용해 망원폰카모듈을 눕혀서 장착하는 기술은 이들이 처음 시도했다.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스페이스 줌은 10배 광학줌 폰카모듈에 10배 디지털 줌을 붙여 100배로 ‘당겨 찍어주는’ 기능이다. 억단위 픽셀의 고화소 이미지센서가 있기에 가능하다. 만약 이 망원 기능이 스마트폰 뒷면에 누워있지 않고 길게 돌출되는 방식이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광각 폰카모듈(왼쪽)과 망원 폰카모듈 그림. 크기가 다르다. 사진출처=삼성전기



광각 폰카모듈(왼쪽)이 빛을 받는 방식과 망원(폴디드렌즈) 폰카모듈이 빛을 받는 방식을 구별한 그림. 사진출처 =삼성전기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