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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초교서 총기난사로 6명 숨져…범인은 28세 졸업생

입력 | 2023-03-28 15:24:00


현장에서 경찰에게 사살당한 범인의 소셜미디어(SNS) 프로필.  소셜미디어 캡처.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9살짜리 학생 3명을 포함해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은 28일(현지 시간) 내슈빌의 부촌 그린힐스 지역의 기독교계 커버넌트 사립초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9살 학생 3명과 교장, 교사, 관리인 등 총 6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범인은 오전 10시 15분 첫 신고가 들어온 지 12분 만에 경찰에 의해 학교 건물 내에서 사살됐다. 범인이 출동한 경찰차에 총격을 가하는 등 어느 정도 교전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학생과 교직원 등 총 108명이 경찰의 호위를 받고 건물 밖으로 호송됐다.

범인이 범행 장소까지 타고왔던 범인의 차량. 경찰은 차 안에서 범인이 범행을 계획한 증거가 되는 문서 등을 확보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미 내슈빌 경찰서 공식 홈페이지.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학교 문을 총으로 쏴 건물에 침입한 뒤 1, 2층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경찰은 범인의 차에서 이 학교의 감시카메라, 출입구 등이 상세하게 표시된 지도와 범인의 ‘선언문’ 등 범행을 계획한 내용이 담긴 문서들을 발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는 몇몇 이례적 특징도 확인됐다. 우선 범인인 28살 오드리 헤일리가 사건 직후 이례적으로 여성 총기난사범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경찰 대변인은 범인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등에 본인을 남성이라고 표기하는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추정된다고 다시 발표했다. 별도의 전과는 없으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식료품회사 직원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존 드레이크 내슈빌 경찰서장은 미 NBC방송에 범인이 학생시절 이 학교를 다녔으며, 학교에 대해 분노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교 외에도 여러 장소를 목표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범행동기와 성정체성이 관련돼 있냐는 질문에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NYT는 해당 학교를 설립한 교회가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교단에 속했으며, 2020년에는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죄악’으로 표명하는 보고서를 펴내는 등 기존에 젠더와 관련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K-12 학교 총기 난사 정보’를 인용해 전체 학교 총기 사건 중에서 초등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발생한다는 것.

범인이 총기난사에 사용한 반자동 돌격형 소총. 탄약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장전해 빠른 연발을 가능케 하는 무기로 총기난사 사건에 자주 이용돼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내슈빌 경찰 공식 홈페이지.

범인은 또한 2정의 반자동 돌격형 소총과 권총 1정으로 무장했으며, 이 중 2자루는 이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반자동 소총은 자동 장전 기능이 탑재된 소총으로, 탄약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장전해 빠른 연발을 가능케 하는 돌격 무기다. 지난해 미 텍사스주 초등학교와 뉴욕주 슈퍼마켓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에서도 이 소총이 사용돼 논란이 됐다. 사건 직후 미 뉴욕주는 이 소총의 구매가능 연령을 올리는 법안을 가결시키는 등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또다시 총기난사에 사용된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소기업청 여성 비즈니스 서밋 행사 연설에서 “최악의 악몽이며, 가슴이 찢어진다.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공화당에 돌격형 소총 등 공격무기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NYT는 바이든 정부 첫 2년간 민주당이 상하원의 과반수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었으며, 이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만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고 예측했다. 미 비영리재단 ‘총기 폭력 아카이브’는 미국에서 올해에만 범인 제외 4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대량 총기 난사’ 사건이 벌써 약 130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