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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집도, 미래도 잃었어요”…네 남매 잃은 나이지리아 아버지 인터뷰

입력 | 2023-03-28 16:04:00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이 4명이 숨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빌라 화재현장에서 27일 오전 경찰이 소방 등과 함께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3.03.27. 안산=뉴시스

“사랑하는 아이들과 집, 제 미래까지 모두 잃었어요.”

27일 경기 안산시 선부동 빌라 화재로 자녀 4명을 잃은 나이지리아 국적 A 씨(55)는 28일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 내내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27일 오전 3시 28분경 A 씨 부부와 자녀 5명이 살던 빌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A 씨와 부인 B 씨(41)와 막내딸(2)은 가까스로 대피해 목숨을 구했지만 11세, 4세 딸과 7세, 6세 아들은 끝내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A 씨 부부는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는 “사고 당시 거실에서 자고 있는데 멀티탭에서 갑자기 불꽃이 일었다”며 “예전에도 멀티탭에서 불꽃이 난 적이 있다”며 “그때 바꿨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경찰은 거실 바닥에 있던 멀티탭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저는 집 구조에 익숙해 탈출할 수 있었다”며 “구조를 요청한 뒤 안방에 자고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창문을 깨려고 시도했지만 불가능했다”며 울음을 삼켰다. 다섯 자녀와 함께 안방에서 자고 있던 B 씨는 막내딸을 창문 너머로 떨어뜨린 뒤 자신도 탈출했지만, 불길이 갑자기 번지면서 다른 아이들은 미처 구하지 못했다.

A 씨는 화재로 자녀 4명과 집까지 모두 잃은 와중에도 “우리 때문에 피해를 입은 이웃들에게 미안하다”며 “퇴원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한국에서 중고 물품을 모아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는 일을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일감이 줄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가족과 이웃들이 병원에서 나온 후 살 수 있는 집이 가장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 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정의 손길이 하나둘 이어지고 있다. 안산시는 먼저 A씨 가족의 생계비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추가로 장례 비용과 병원 진료비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안산 나이지리아 공동체와 사단법인 ‘국경없는 마을’도 숨진 자녀들의 장례 절차를 돕기로 했다. 생계비 마련을 위한 모금 운동도 벌이고 있다.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이 4명이 숨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빌라 화재현장에서 27일 오전 경찰이 소방 등과 함께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3.03.27. 안산=뉴시스

28일 경기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자녀들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질식에 의한 화재사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빈소는 이날 오후 4시 경기 안산시 군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