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에 희망 주는 정책 개발이 당의 숙제” “여연, 뼛속까지 바뀌지 않으면 문 닫아야.” “내년 총선은 ‘포스트 이재명’과 정책 대결”
국민의힘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맡게 된 박수영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국민의힘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의 신임 원장으로 임명된 박수영 의원은 28일 여연의 핵심 과제에 대해 ‘경제 양극화 해소’를 꼽으며 “중산층을 복원할 수 있는 세제 및 소득 지원 정책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경제 정책 실패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 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정책 개발과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기구로, 국민의힘의 정책·전략 역량의 핵심이라고 평가 받는 조직이다. 박 의원은 전날(2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여연 원장에 정식 임명됐다. 현역 의원이 여연 원장을 맡는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그는 여연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선 “정책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 인력을 충원하고 외부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며 “여연 내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하는 등 무너진 여론조사 신뢰도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여연의 상태는 폐원해야 하는 수준이다. 뼛속까지 바꾸고 근본적으로 반성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내년 총선에서 또 (예측이) 틀린다면 그때는 정말 문을 닫아야 한다는 각오”라고 덧붙였다. 야당 시절을 거치며 여연의 정책 능력이 크게 퇴보했다는 자평이다.
경기도 행정부지사 출신인 박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공약개발단 경제공약단장을 맡았고, 당선인 특별보좌역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역임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연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여연은 내년 총선에서 필요한 당의 공약 및 정책을 개발하고, 정확한 여론조사를 통해 당이 나아갈 방향을 잡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책 개발과 여론조사가 여연의 두 축이다. 그런데 다들 아는 것처럼 지난 대선 당시 여연의 여론조사가 크게 틀렸다. 김기현 대표도 ‘여연이 크게 쇄신돼야 한다’며 개혁을 당부했다.”
실제로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대선 당시 내부 전망 보고서에서 10%포인트 정도의 격차로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이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0.73%포인트 차의 신승. 과거 선거 예측 분야에서 더불어민주당조차 “국내에선 여연의 예측이 가장 정확하다”고 했던 평가와 크게 다른 결과다.
―여연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연이 설립된 지 28년이 되다 보니 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연구 역량을 지닌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 근무 여건 전반에 대한 점검을 할 계획이다. 다만 사회가 복잡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옛날처럼 여연 소속 박사 10명, 20명으로 모든 분야의 정책을 개발할 수 없다. 어떤 주제에 대해 외부 기관에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가 있다면 그 전문가를 초청해서 같이 정책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정책 네트워크를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연이 앞으로 집중할 정책 분야는
“결국 경제다. 한국의 경제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까지 나아지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양극화가 다시 악화됐다. 내년 총선을 이기기 위해서는 소득 격차를 해소하고 중산층에게 밝은 미래를 주는 정책을 개발해 내놓은 것이 당과 여연의 숙제다.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할 수 있도록 세제 및 소득 지원 정책을 심도 있게 연구할 계획이다.”
―여론조사 정확도를 높일 복안은?
박 의원은 전날 여연의 개혁 방향을 놓고 직원들과 릴레이 ‘끝장 토론’을 벌였다. 별도의 취임식도 열지 않았다.
―별도 취임식 없이 바로 토론회를 가졌는데…
“폐족에 가까운 조직이 여유 있게 취임식하고, 다과를 즐길 여유가 없다. 토론회에서도 ‘여연은 지난 대선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뼛속까지 바꾸고 근본적으로 반성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내년 총선에서 또 틀리면 그때는 정말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장기화 되면서 부정적 영향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분위기는 다시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우리 당도 이 대표만 보고 선거를 치를 순 없다. 민주당도 ‘포스트 이재명’을 내세울 것이고, 결국 내년 총선은 ‘포스트 이재명’과의 정책 대결이 될 것이다. 중도층, 2030 세대, 수도권 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당 지지율 회복, 나아가 총선 승리의 열쇠다. ”
―최근 ‘주 최대 69시간’ 논란 등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근로시간제 문제는 현행 제도에서 최대 129시간 근로가 가능한데, 이것과 비교하지 않고 주 52시간 근로와 비교하다 보니 홍보가 잘못된 점이 크다. 다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서 걱정하는 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이야기하는데 지금 있는 연차도 제대로 못 쓰고 있다’는 부분이다. 정부는 근로자가 연차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하고, 이런 밑작업을 한 뒤에 제대로 정책을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 혁신위원회에서 여연 원장의 임기 2년을 보장하는 혁신안을 내놓았다.
“여연 원장의 임기 보장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여연 원장의 평균 재임 기간이 9개월이다. 어떤 조직이든지 그렇게 짧은 기간엔 집중력이 있게 쇄신하고, 발전하기가 어렵다. 여연이 과거의 명성을 찾기 위해서도 여연이 안정적으로 긴 호흡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