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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이던 A 씨는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생산법인이 소유한 생산설비를 경쟁사인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 B 사에 매각하는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책임자였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끝나자 A 씨는 돌연 사직서를 냈다. 곧바로 중국에 있는 한 정보통신 기업에 취업했다. 대기업에 다니던 직원들이 정년을 앞두고 승진 경쟁에 밀리거나, 더 좋은 처우 조건으로 중소 업체로 옮기는 사례가 있다보니, A 씨 이직도 노후 준비 차원으로 여겨졌다.
● 수상한 내부망 접속 시간에 덜미
28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A 씨가 이직한 지 2개월이 지난 2021년 5월경, 경찰에 A 씨를 수사해달라는 삼성디스플레이 측의 의뢰가 접수됐다. A 씨가 퇴사 직전 내부 기밀을 중국 경쟁사로 빼돌린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 A 씨가 회사의 의심을 산 건 그의 수상한 내부망 접속 기록 때문이었다. ● 의심 피하려 경쟁사 ‘관계사’로 재취업
이후 경찰은 A 씨의 이메일, 금융계좌 등을 수색해 기술 유출 정황을 확인했다. 중국에 체류 중인 A 씨가 입국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맞아 A 씨가 한국에 온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A 씨가 입국 직후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이달 21일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A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2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 A 씨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연봉과 생활비 외 자녀 교육비, 주택비 등 수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를 통해 A 씨가 이직한 중국 기업의 ‘정체’도 드러났다. 이 기업은 2년 전 삼성디스플레이가 설비를 매각한 경쟁사 B 사의 자회사였다. 퇴직 후 곧바로 B 사로 취업하면 기술 유출에 따른 대가성 취업으로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B 사의 자회사로 옮겼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수사기관은 A 씨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빼돌린 기밀 자료는 자회사를 거쳐 경쟁사인 B사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유출 범죄 근절 나선 경찰
경찰은 이 같은 기술 유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수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달 13일 경제수사안보 전담팀을 신설하고 10월 말까지 기술 유출 범죄 등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술 유출 범죄는 관련 기록이 대부분 내부망 등에 남아 있어 시간이 지나더라도 법망을 피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