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곳곳이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는 연금개혁, 독일은 임금 협상을 각각 내걸고 있지만 둘 다 최소 수십년 만의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각 정부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외신들을 종합하면 프랑스에선 이날 연금개혁 반대 10차 시위가 예고돼 있다. 최대 90만 명이 거리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전국 단위 파업도 진행돼 극심한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점점 과격해지고 있는 시위에 대응해 경찰과 헌병 1만3000명을 동원하기로 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10차 시위에선 전례 없는 보안 조치가 시행될 것”이라며 “경찰과 헌병 1만3000명을 배치하고 이 중 5500명은 수도 파리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공질서에 심각한 위협”을 언급하면서 대규모 경력을 배치하는 건 “전례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성난 민심은 정부가 연금개혁을 강행처리한 뒤 더욱 들끓고 있다. 주요 노동조합도 12년 만에 뜻을 모아 전국 단위 파업으로 정부를 압박한다. 대중교통과 열차, 항공기 등 운행이 일부 중단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지난 16일 하원 표결 직전 헌법 49조 3항을 발동했다.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총리의 책임 하에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반대 의원들은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했지만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지난 20일 2번의 투표에서 모두 살아 남았고 연금개혁안도 통과의 효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 시민들은 더 오래, 더 많이 일하도록 하는 이 법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연금개혁법은 정년을 현재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2년 연장한다는 게 골자다. 또 연금액 완전 수령 총근무기간을 2027년부터 현재보다 1년 늘어난 43년으로 늘리고 대신 최저 수령액을 최저임금의 75%에서 85%(월 1200유로)로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3일 진행된 9차 시위에는 250개 지역에서 주최측 추산으로 350만 명(정부 추산 109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폭력 사태도 벌어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했다. 체포된 인원만 최소 170명, 부상한 경찰은 150명으로 집계됐었다.
이와 함께 독일은 수십 년 만의 최대 규모 노동조합 파업을 단행했다. 노조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상응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오전 0시부터 24시간, 하루짜리 파업이었지만 교섭이 진행 중인 만큼 추가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파업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공공서비스노조 베르디(Ver.di)와 운송 부문 철도교통노조(EVG)가 두 축을 이뤘다. 베르디와 EVG의 소속 조합원 규모는 각 250만 명과 23만 명에 달한다. 베르디 측은 이번 파업을 “수십 년 만의 최대 규모 파업”이라고 말했다.
파업으로 독일의 거의 모든 공항과 항만, 철도, 일부 지역 지하철 노선이 멈춰섰다. 항공편 수천 편이 취소됐고 철도망은 마비됐다 항만 노동자들이 합류하면서 철도망과 항구 화물 운송도 타격을 입었다. 외신들은 “유럽 최대 경제가 마비됐다”고까지 평가했다.
베르디는 10.5%, EVG는 12%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및 회사 측은 2단계로 5%를 인상하고 일시금 각 2500유로(약 350만원)과 650유로(약 91만원) 지급을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거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