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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으로 ‘웅~ 웅~’ 기계 소리, 항의하니 “이사 가라” 되레 큰 소리[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입력 | 2023-03-29 08:00:00


가끔은 오해가 비극을 부르기도 합니다.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이웃이 화가 나서 항의를 하면 “우리 집에서는 그럴 일이 없는데 무슨 소리 하는 것이냐”고 도리어 역정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피해자 집은 더욱 화가 나 경찰을 부르기도 하고 급기야는 폭력 사건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알고 보면 진동 소음 때문에 괴롭다는 아랫집 말도 맞고, 소리 내는 윗집의 말도 맞을 수 있습니다. 서로가 원인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사건 전문가이지 층간소음 전문가가 아닙니다. 해당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보는 게 나을 때가 많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웅~ 웅~’ 기계 소리에 잠도 못 자…. 기계 아닌 2대 냉장고 공명일수도
충북 청주시 아파트 12층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입니다.

윗집에서 무슨 작업을 하는지 밤낮으로 안방 천장이 울리고 그 진동이 침대까지 이어져 누우면 머리에서 느껴질 정도입니다. 2년 전 윗집이 이사를 왔을 때는 거실에서만 심하게 진동 소음이 들리다가 작년부터는 집안 전체가 웅~웅~거립니다. 이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무슨 기계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참다못해 작년 말에 경찰에 전화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이 출동해 윗집 문을 두드리니,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가 기계를 끈 뒤 문을 열고서는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했습니다. 경찰도 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는지 “아랫집에서 항의가 들어왔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말만 하고 물러갔다고 합니다.

가내 수공업을 하는 듯한데 이해도 안 가는 게 아니지만 아랫집에게 너무 많은 피해를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낮에는 조용히 집에 있기가 괴롭고 밤에는 수면 방해가 됩니다. 윗집 사람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얼굴만 봐도 울화통이 터집니다. 무슨 작업인지 모르지만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기계작업을 하는 것은 불법 아닙니까?

아파트 관리소장을 통해서도 항의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래층의 항의가 너무 심해서 집에서는 TV도 보지 않고, 청소도 일주일에 1번만 하고, 안방 화장실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아래층은 작은 소리만 나면 경찰을 부른다”며 “아래층이 환청을 듣고 있는 것 같다”며 도리어 화를 냅니다.

관리소장도 포기한 상태입니다. 이런 형편이니 이제는 제가 항의를 하면 “이사 가면 될 것 아니냐”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윗집에서 거짓말을 하는지, 어떤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과거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위층에서 용량이 큰 김치 냉장고 2대 때문에 아래층 거주자가 우울증에 걸린 피해 사례가 있었습니다. 원인은 2대의 냉장고가 인접해 있었는데 작동 소음과 진동이 공명현상을 일으켜 크게 증폭됐기 때문입니다. 그 소음과 진동이 벽을 타고 아래층에 전달돼 마치 기계가 작동되는 듯이 거실과 안방 가릴 것 없이 피해를 준 것입니다.

이럴 때는 아파트 관리소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우선적으로 위층 냉장고의 대수와 위치를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냉장고가 2대 이상이면 1대는 거실, 한 대는 베란다 등으로 서로 떨어뜨려 놓아달라고 요청하십시오. 또한 냉장고가 인접한 벽에는 매트를 설치하면 소리가 크게 줄 수 있습니다. 냉장고 바닥의 수평이 잘 안 맞을 경우 진동이 심해 아래층에 전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냉장고 전자회사에서 무료로 애프터 서비스 해주기도 합니다. 집안에서 사용하는 식자재 다듬는 일, 기계사용, 가전제품의 사용 등으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잖게 있습니다. (공명현상: 두 물체가 가진 고유 진동수가 유사하거나 동일할 경우 물체의 진폭이 증폭하는 현상)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