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슈빌서 초등생 3명 등 6명 숨져 28세 트랜스젠더, 모교 찾아 범행 반자동 돌격소총 2정-권총 무장 美총기난사 사건 올해 벌써 129건
27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기독교계 사립 초등학교 ‘커버넌트 스쿨’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공포에 질린 이 학교 학생들이 울면서 학교를 나오고 있다. 원래 생물학적 여성이었지만 자신을 남성이라고 규정한 28세 트랜스젠더가 돌격소총을 무차별 난사해 학생 3명, 어른 3명 등 최소 6명이 숨졌다. 이 학교의 졸업생이기도 한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내슈빌=AP 뉴시스
반자동 소총은 탄약이 떨어지면 자동 장전을 통해 빠른 연발이 가능한 살상 무기다. 각각 21명, 10명이 숨진 지난해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 사고와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 사고 때도 범행 도구로 쓰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악의 악몽이며,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특히 야당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에 계류 중인 ‘돌격소총 등 공격무기 금지 법안’의 빠른 통과를 호소했다. 미 비영리재단 ‘총기 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올 들어 범인 제외 4명 이상이 숨진 129번째 총기 사고다.
● 사전 답사 후 모교서 난사
27일 수사당국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학교에 잠입한 범인 오드리 헤일이 총기를 겨누는 모습이 생생하게 찍혔다(위 사진). 범행 도구인 ‘AR-15’ 반자동 돌격소총. 탄약이 떨어져도 자동 장전이 가능해 대규모 희생자를 낳는다. 내슈빌=AP 뉴시스·내슈빌 경찰 홈페이지
헤일은 2정의 반자동 소총과 권총 1정으로 무장했으며 이 중 2정은 합법적으로 구매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13분에 첫 신고가 들어온 후 14분 만에 경찰에 의해 학교 건물 내에서 사살됐다. 그 짧은 기간에 출동한 경찰차를 향해서도 총을 쏘며 위협을 가했다. 헤일은 범행 전 친구에게 자살 예고 메시지도 보냈다.
존 드레이크 내슈빌 경찰서장은 NBC방송에 “그가 이 학교를 다녔으며 학교에 대해 분노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범행 동기가 그의 성정체성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학교를 설립한 교회가 보수 성향 ‘커버넌트 장로교’에 속한다고 전했다. 이 교단은 2020년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죄악’으로 규정했다.
● ‘공격무기 금지법’ 통과 요원
AR-15를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1990년 미 민간용 총기 제조에서 차지하는 AR-15 비중은 1.2%에 그쳤다. 9·11테러를 통해 살상 무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사용자가 급증했고 2020년 비중이 23.4%로 뛰었다.NYT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집권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이었음에도 ‘공격무기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만큼 법안 통과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총기 규제에 부정적인 성향이 강한 테네시주의 환경 또한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미 총기 전문 잡지 ‘건스앤드애모’는 2022년 기준 테네시를 미 50개 주 중 총기 소유자에게 12번째로 우호적인 주로 선정했다. 주 정부는 최근 주민들이 허가 없이 공공장소에서 권총을 소지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