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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민노총 간부, 미군기지 들어가 시설 촬영후 北전달”

입력 | 2023-03-29 03:00:00

당국 “국보법 위반 구속 조직국장
2019년 ‘보안 자료 수집’ 지령 받고
2021년 시설외관-격납고 등 찍어”
영장심사때 해명없이 묵비권 행사



뉴시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7일 구속 수감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직국장 A 씨가 2021년 경기 평택과 오산의 주한 미군기지에 들어가 군사시설을 둘러본 뒤 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그는 이 사진들을 북한에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2021년 2월경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의 주요 시설과 장비를 사진으로 촬영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목적수행 등)를 받는다. A 씨는 비슷한 시기에 한미 합동 운영 중인 경기 오산 공군기지도 둘러보며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공안당국은 그가 군사시설의 외관뿐 아니라 활주로, 격납고,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등 주요 장비까지 근접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촬영한 사진들을 북한 대남 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옛 225국) 공작원에게 전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로 외국계 이메일 아이디와 계정을 공유하는 ‘사이버드보크’ 방식으로 사진을 전송했다고 한다.

당국은 A 씨가 북한 지령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의 사진을 촬영해 보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가 2019년 초 무렵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경기 남부 일대의 국가보안시설 자료를 수집하라”는 지령문을 받은 사실 등은 이미 당국의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됐다.

A 씨는 경기 평택, 오산 기지의 주요 장비들을 모두 근거리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공안당국은 사진의 구도 등을 감안했을 때 A 씨가 인터넷으로 사진을 내려받은 게 아니라 직접 촬영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수사해왔다.

공안당국은 전날 열린 A 씨 등 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국가 기밀 탐지 및 수집과 국가기간망 마비 같은 공공의 안전에 급박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4명 모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 등은 2020년 9∼12월 무렵에는 민노총 위원장 선거 동향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 공작원에게 보고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어떤 계파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지 등을 상세히 분석해 북한에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2020년 12월 양경수 후보자의 민노총 위원장 당선 직후 당선 사실을 북한 공작원에게 ‘보고문’ 형태로 알린 혐의도 받는다.

국정원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압수수색을 통해 100건이 넘는 대북 통신 문건을 찾아냈고, 문건 분석 과정에서 주요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며 “(그런데) 일각에서 민노총 핵심 간부가 연루된 중요 사건에 대해 ‘간첩단 조작’ ‘종북 몰이’로 폄훼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들을 관련법 절차에 따라 구속 수사해 범죄 사실의 전모를 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