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3.23 뉴스1
한미 정상회담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실 실무 책임자인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이달 중순 한일 정상회담을 엿새 앞두고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돌연 자진사퇴한 지 보름 만이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 검토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핵심 외교안보 라인이 흔들리는 징후들이 연달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말 한미 정상회담,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등을 앞두고 있다. 국가안보실로선 일정과 의전, 회담 의제, 공동성명 문안 등을 긴밀히 조율하면서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이럴 때 실무 책임자들이 줄줄이 물러난 데 이어 수장 교체설까지 심심찮게 제기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은 의전, 외교비서관 교체에 대해 “1년간 격무에 시달렸다”거나 “통상적인 공무원 순환 근무”라는 이유를 댔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미국이 질 바이든 여사의 의견을 반영해 특별문화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외교안보 라인의 대응이 지연돼 한때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국빈 만찬장에서 ‘한미 동맹 70주년’을 주제로 양국 스타인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가 합동으로 공연하는 방안이 대사관 등을 통해 최소 5차례 보고됐는데도 제때 처리가 안 됐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실은 외교 행사를 치르거나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잡음을 낸 바 있다.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이를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고,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는 의전 실수 등 여러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굵직한 외교 일정이 있을 때마다 잡음이 나오자 대통령실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수석급 외교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외교안보 라인이 흔들릴 경우 국익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고 상대국과의 소통 혼선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만 해도 핵 위협 대응을 위한 확장억제 강화부터 반도체 규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경제안보 분야까지 핵심 의제가 한두 건이 아니다.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전격 공개한 북한이 회담 직전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뭐가 문제인지 밝힐 건 밝히는 게 구구한 억측을 막는 길이다. 또 외교 안보 공백이 없도록 조속히 내부 혼란을 추슬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