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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 철도산업 무한 성장 가능… 경쟁보다 상생 모색해야

입력 | 2023-03-30 03:00:00

로만시스㈜




로만시스가 제작하는 탄자니아 전기기관차 완성차.

최근 산업계의 화두는 친환경, 탄소중립이다. 따라서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 철도 교통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철도는 온실가스 배출원단위가 자동차의 8분의 1에서 6분의 1에 불과하다. 안전성, 경제성, 저탄소 배출 측면에서 효율적인 교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 미래 산업으로서도 주목받는다.

이에 로만시스㈜의 성장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로만시스는 기관차, 트램 등 철도차량 제작 및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2012년 알루미늄 재생사업으로 시작해 2018년 로만시스로 상호를 변경하고 철도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진입 장벽 넘어 수주 성과 거둬
철도차량 제작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설비 구축을 위한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3∼5년의 장기적인 계약 기간 동안 설계 및 제작을 통해 차량을 완성하고 시험을 통과해 납품하는 구조로,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로만시스는 기존 사업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정식 로만시스 회장은 “친환경 회사로서 알루미늄 재생사업 분야도 충분한 수익성이 있었지만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미래의 사업 동력을 찾던 중 친환경 사업으로 재조명받는 철도 산업으로 철도차량 제작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로만시스가 제작하는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완성차.

로만시스는 철도차량 완성차 제작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 셈이지만 국내 1위 업체인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OEM 생산을 통해 생산력과 기술력을 확보했다. 또한 지속적인 설비 투자로 경남 창원에 7만6033㎡(약 2만3000평), 칠서에 5만2892㎡(약 1만6000평) 규모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대규모 제작 공장을 갖추고 있다. 기술력과 대규모 제작 공장을 바탕으로 후발 주자임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대기업으로부터 방글라데시 수출용 기관차,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호주 NIF 전동차 의장 완성·조립, 서울 9호선 전동차 수주 등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엔 코레일의 디젤 전기기관차 15량을 직접 수주해 생산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로만시스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장 회장은 ‘상생과 협력’의 경영 가치를 꼽는다. 중소기업인 로만시스가 철도차량 제작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독자적으로 성장하기에는 인력, 기술력, 관리력, 재정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력과 상생을 택했다는 것이다.

창원 공장 내 카리프트.

현재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는 현대로템 이외에 2개의 회사가 철도차량 시장에 진입하면서 3사 경쟁 구도를 갖추고 있다. 철도 산업은 대량의 인명과 재산을 다루는 운송 수단으로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그만큼 오랫동안 경험을 통해 축적된 설계 능력과 원천 기술, 기술 인력이 필요하며 대단위 공장 부지와 생산 설비를 위한 대규모 투자 비용이 필수인 산업인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중소 철도차량 제작사들은 원청의 기술 지원을 받는 협력회사 수준의 기술적, 인적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철도차량 제작에 충분한 설비와 규모를 갖추기에는 자본력의 한계가 있어 생산력에도 부족함이 있다. 이렇게 역량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낮은 단가를 이점으로 입찰 경쟁에서 수주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정작 기술 능력 및 계약 이행 능력 부족으로 인한 납기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차량 제작사들의 무한 경쟁은 더 낮은 입찰 단가를 투찰하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영세한 부품 생산 업체들에 부담이 전가되면서 철도 부품 산업이 무너지고 해외의 품질 낮은 저가의 중국산 부품 사용이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칠서 공장 내 편성조립시험장.

철도차량 제작에 필요한 기술력과 대규모의 자본을 중소기업 혼자 감당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로만시스는 충분한 제작 경험과 국제적인 기술력을 갖춘 현대로템과 우호적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장 회장은 “OEM 생산을 통해 상호 발전적이고 경쟁력 있는 철도차량 협업 생산으로 상생하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협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국내 철도 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방위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처럼 철도 산업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로만시스는 협력사로서 대기업과 물류 이동 라인을 완전히 구축하고 철도차량 생산에서 서로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 업체 간의 반목이 줄어들고 동반 성장할 수 있다면 앞으로 국내 철도 산업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기술 개발에 박차

올해 2월 열린 디젤전기기관차 15량 설계착수회의 현장.

철도차량 제작사로서 기술력과 인재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철도차량 제작 산업에 뛰어들면서 연구소를 개설했다. 현재 30여 명의 연구 인력이 기관차, 트램 차체 제작, 전동차 의장, 조립 완성차 제작 및 시험 등 철도차량 제작에 필요한 노하우를 축적해 오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유능한 인재를 충원하고 있다. 특히 탈탄소 시대를 맞아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를 활용한 철도차량의 개발과 생산 인구 감소로 인한 인적자원 확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자동화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로만시스는 신차종, 신기술을 통한 수요의 개발과 생산 및 시험 시설의 충실한 인프라, 양질의 생산 인력을 기반으로 업계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대규모 생산 단지 역시 로만시스의 저력이다. 전동차 제작 전용 창원공장과 기관차와 트램(노면전차) 제작 전용 칠서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독자적인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칠서공장에서의 방글라데시 디젤 전기기관차 및 탄자니아 디젤 전기기관차의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600마력 이상의 새로운 동력 추진 장치를 탑재한 특대형 디젤 전기기관차의 개발에 착수했다. 이 디젤 전기기관차는 코레일의 기술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조건을 갖춰 개발 설계를 마치면 칠서공장에서 제작해 각종 시험을 거친 후 2026년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로만시스 본사 전경.

장 회장은 “로만시스는 철도차량 제작 사업의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투자로 최신예 설비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철도차량 제작사로 위상을 얻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가오는 저탄소 시대에 국내 철도산업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인재 채용에도 사회적인 책임 따라”



장정식 회장 인터뷰

장정식 회장은 로만시스의 성장 비결 중 하나로 ‘사람’을 꼽는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고객의 관점에서 가장 만족할 수 있는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것이다. 철도차량 제작은 집약된 기술력이 핵심인 만큼 인재의 유출은 제품의 안전성 문제,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 회장은 “인재 채용에는 사회적인 책임이 따른다. 기업에 일시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때마다 구조 조정을 한다면 인재는 회사에 주인 의식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 동안 올바른 생각과 편안한 마음으로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고 그것이 기업의 문화가 될 때 개인의 성취와 함께 업무 성과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그는 국내 철도 산업은 기술력을 갖춘 뛰어난 인재가 많이 육성되는 만큼 전망이 밝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지나치게 과열된 현재 철도차량 제작 시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국내 철도차량 시장은 1980년대 이후 3사가 경쟁 체제를 갖추고 시장 쟁탈전을 벌이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갔으나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IMF 시기인 2000년 정부 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하나의 회사로 통합됐다.

그러나 차량 구매 가격을 낮추려는 운영 기관들의 견제로 단일 회사였던 현대로템이 원가구조가 취약해지면서 산업 생태계가 불안정해졌으며 결국 두 회사가 협력관계를 이탈하고 현재의 무한 경쟁 구도로 접어들게 돼 또다시 저가 입찰 경쟁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다. 장 회장은 정부와 운영 기관이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산업 정책을 재정립해야 국내의 철도차량 산업 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