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시스㈜
로만시스가 제작하는 탄자니아 전기기관차 완성차.
이에 로만시스㈜의 성장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로만시스는 기관차, 트램 등 철도차량 제작 및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2012년 알루미늄 재생사업으로 시작해 2018년 로만시스로 상호를 변경하고 철도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진입 장벽 넘어 수주 성과 거둬
철도차량 제작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설비 구축을 위한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3∼5년의 장기적인 계약 기간 동안 설계 및 제작을 통해 차량을 완성하고 시험을 통과해 납품하는 구조로,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로만시스는 기존 사업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로만시스가 제작하는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완성차.
후발 주자인 로만시스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장 회장은 ‘상생과 협력’의 경영 가치를 꼽는다. 중소기업인 로만시스가 철도차량 제작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독자적으로 성장하기에는 인력, 기술력, 관리력, 재정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력과 상생을 택했다는 것이다.
창원 공장 내 카리프트.
그러나 국내의 중소 철도차량 제작사들은 원청의 기술 지원을 받는 협력회사 수준의 기술적, 인적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철도차량 제작에 충분한 설비와 규모를 갖추기에는 자본력의 한계가 있어 생산력에도 부족함이 있다. 이렇게 역량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낮은 단가를 이점으로 입찰 경쟁에서 수주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정작 기술 능력 및 계약 이행 능력 부족으로 인한 납기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차량 제작사들의 무한 경쟁은 더 낮은 입찰 단가를 투찰하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영세한 부품 생산 업체들에 부담이 전가되면서 철도 부품 산업이 무너지고 해외의 품질 낮은 저가의 중국산 부품 사용이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칠서 공장 내 편성조립시험장.
또한 협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국내 철도 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방위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처럼 철도 산업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로만시스는 협력사로서 대기업과 물류 이동 라인을 완전히 구축하고 철도차량 생산에서 서로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 업체 간의 반목이 줄어들고 동반 성장할 수 있다면 앞으로 국내 철도 산업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기술 개발에 박차
올해 2월 열린 디젤전기기관차 15량 설계착수회의 현장.
로만시스는 신차종, 신기술을 통한 수요의 개발과 생산 및 시험 시설의 충실한 인프라, 양질의 생산 인력을 기반으로 업계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로만시스 본사 전경.
“인재 채용에도 사회적인 책임 따라”
장정식 회장 인터뷰
장 회장은 “인재 채용에는 사회적인 책임이 따른다. 기업에 일시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때마다 구조 조정을 한다면 인재는 회사에 주인 의식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 동안 올바른 생각과 편안한 마음으로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고 그것이 기업의 문화가 될 때 개인의 성취와 함께 업무 성과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그는 국내 철도 산업은 기술력을 갖춘 뛰어난 인재가 많이 육성되는 만큼 전망이 밝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지나치게 과열된 현재 철도차량 제작 시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국내 철도차량 시장은 1980년대 이후 3사가 경쟁 체제를 갖추고 시장 쟁탈전을 벌이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갔으나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IMF 시기인 2000년 정부 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하나의 회사로 통합됐다.
그러나 차량 구매 가격을 낮추려는 운영 기관들의 견제로 단일 회사였던 현대로템이 원가구조가 취약해지면서 산업 생태계가 불안정해졌으며 결국 두 회사가 협력관계를 이탈하고 현재의 무한 경쟁 구도로 접어들게 돼 또다시 저가 입찰 경쟁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다. 장 회장은 정부와 운영 기관이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산업 정책을 재정립해야 국내의 철도차량 산업 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