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성수동을 팝업스토어 핫플로 만든 프로젝트 렌트 [바이브랜드]

입력 | 2023-03-30 09:00:00


다양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펼쳐지는 프로젝트 렌트의 공간_출처 : 프로젝트 렌트


성수동 뚝섬역 앞에 위치한 거리. 힙한 매장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공간이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분명 서점이었는데 오늘은 카페인 곳. 간판에 적힌 거라곤 ‘R’ 한 글자뿐이어서 “대체 뭐 하는 곳일까?”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이곳의 명칭은 ‘프로젝트 렌트’입니다. 여러 브랜드가 원하는 기간만큼 제품을 보여줄 수 있는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이죠. 단순히 제품이 전시된 곳은 아닙니다. 프로젝트 렌트를 운영하는 필라멘트앤코의 기획력이 더해져 주기적으로 색다른 팝업스토어가 완성됩니다.

팝업스토어 100회, 약 3주 동안 방문객 1만 명 및 결제 건수 5천 건 달성. 프로젝트 렌트에 담긴 기록입니다. 실제로 6.5평짜리 프로젝트 렌트 1호점에는 매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요. 공간을 둘러보다 보니 궁금해졌습니다. 국내에서 생소한 이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한 계기와 유독 프로젝트 렌트가 기획한 팝업스토어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말이죠. 필라멘트앤코의 최원석 대표를 만나 그 해답을 들어봤습니다.

브랜드를 위한 도전이 만든 작은 공간

22 DAYS 팝업스토어_출처 : 프로젝트 렌트


최 대표는 소규모 브랜드를 컨설팅할 때마다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대중에게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클라이언트사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유통 및 마케팅 채널이 없어,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고민하던 그는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서울 곳곳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었죠. 곧바로 실행에 나선 그는 가로수길에서 미리 봐뒀던 곳의 건물주를 설득했습니다.

“어차피 빈 공간인데 저희가 팝업스토어를 열어서 띄어드릴게요.”

당시 최 대표가 건물주에게 건넨 말입니다.


22 DAYS 팝업스토어_출처 : 프로젝트 렌트


끝내 설득에는 성공했지만 여건상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이 22일뿐이었습니다. 그는 이에 착안해 프로젝트의 명칭을 22 DAYS라고 지었습니다. 오프라인 매거진처럼 좋은 브랜드를 선별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후 최 대표는 평소 좋아하던 카페 ‘아러바우트 커피’와 독립서점 ‘오키로미터 북스토어’와 협업해 커피를 음미할 수 있는 공간과 인기 도서들로 내부 콘텐츠를 채웠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22일 동안 약 1만 명의 방문객 수와 5천 건의 결제 건 수를 기록했죠. 가능성을 본 최 대표는 성수동에 프로젝트 렌트 1호점을 정식 오픈했습니다. 유휴 공간을 장기간 임대해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는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 순간이었죠.

프로젝트 렌트의 활용법을 보여주다

우보농장과 토종벼를 주제로 기획한 팝업스토어_출처 : 프로젝트 렌트



최 대표는 국내에서 생소한 비즈니스 모델인 프로젝트 렌트를 알리기 위해 자체 기획한 팝업스토어를 여러 차례 선보였습니다. 필라멘트앤코 팀원들과 공간 콘셉트 및 제품 등을 자체 기획하거나, 흥미로운 브랜드에게 협업을 제안했죠. 프로젝트 렌트의 사용법과 필라멘트앤코의 기획력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우보농장과 함께 토종벼를 주제로 기획한 팝업스토어가 대표적입니다. 한국의 전통문화지만 너무 익숙해서 잘 알지 못하는 쌀에 대해 알아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는데요. 필라멘트앤코는 우보농장으로부터 제공받은 28종의 벼를 자체 제작한 패키지에 담아 프로젝트 렌트에 전시했습니다.

우보농장과 기획한 팝업스토어_출처 : 프로젝트 렌트


다양한 체험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기계를 사용해 쌀을 직접 도정하고 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코너들을 매장 한켠에 만들었죠. 쌀에 대한 강연과 푸드 테이스팅으로 구성된 워크숍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했습니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기. 사업 초반 팝업스토어를 자체 기획할 당시 필라멘트엔코가 강조한 부분입니다. 매장 외관 및 인테리어 디자인보단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를 경험시키는 콘텐츠를 중시한 것이죠.

3가지로 완성된 기획력
22 DAYS, 우보농장과의 협업에서 보이듯 프로젝트 렌트는 팝업스토어에 흥미로운 콘텐츠들을 채워 넣습니다. 남다른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비결을 묻자, 최 대표는 이와 같이 답했습니다. “제품 판매가 아닌 만족스러운 경험을 공유한다는 목표에 맞춰 콘텐츠를 기획합니다.” 이를 위해 필라멘트앤코는 브랜드의 본질, 메시지, 물리적 요소라는 3가지를 중시한다고 하는데요.

브랜드의 본질은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있거나, 인지할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의 이미지입니다. 팝업스토어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도 브랜드의 본질에 기반해야 하죠. 브랜드 이미지와 메시지가 연결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공감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의 본질에 맞춰 메시지를 정한 후에는, 이를 전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인 요소들을 기획해야 합니다. 필라멘트앤코는 전시 제품부터 이벤트 코너 등 최대한 많은 물리적 요소를 담기보다는 메시지에 어울리는 최적의 조합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면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끼리 배치되거나, 자칫 메시지의 전달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필라멘트앤코는 6.5평 작은 공간에서도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즐겁게 경험하고, 브랜드와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필라멘트앤코의 기획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선보인 ‘STUDIO I’가 있습니다.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아이오닉 5의 본질에 맞춰 “기왕이면 환경에 조금이라도 이로운 소비를 하자”는 메시지를 담았죠. 팝업스토어 내부도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돕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친환경 굿즈들을 전시하고, 벽과 천장을 종이 소재로만 꾸미는 등 디테일을 더했죠.

STUDIO I_출처 : 프로젝트 렌트


한편, 필라멘트앤코는 클라이언트사가 팝업스토어 운영의 목적을 '판매'에만 둘 경우 거절한다고 합니다. 프로젝트 렌트에서 실현하려는 오프라인의 역할과 맞지 않는 데다 실제 운영했을 경우 클라이언트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팝업스토어를 통해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을 실현하겠다는 프로젝트 렌트의 고집스러움이 돋보입니다.

프로젝트 렌트의 경쟁력과 향후 계획
프로젝트 렌트가 알려지자, 국내에서도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이 많아졌습니다. 사업 초반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 최 대표가 강조하는 프로젝트 렌트의 경쟁력은 ‘기획력’입니다.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것이 아닌, 그 공간을 활용해 흥미로운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것이 프로젝트 렌트의 차별점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필라멘트앤코에 따르면 전체 방문객 중 프로젝트 렌트에서 한다는 이유만으로 방문하는 소비자의 비중이 약 40%에 달합니다. 현재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 대부분이 공간 임대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 렌트에게 기획력이란 앞으로도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카페형 프로젝트 렌트 예시_출처 : 프로젝트 렌트


프로젝트 렌트는 장기적으로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이른바 옴니채널 전략에도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 일환으로 브랜드를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준비 중인데요. 팝업스토어에 오지 못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다른 포멧의 프로젝트 렌트도 개발 중입니다. 카페를 기본 포멧으로 새로운 브랜드의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카페형 프로젝트 렌트가 대표적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서울 외 지역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콘텐츠가 부족한 지역을 공략해 서울에서 소개한 브랜드들과 함께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는 것이죠. 브랜드를 위한 도전에서 시작된 작은 공간 ‘프로젝트 렌트’가 앞으로 어떤 도전을 이어나갈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기사는 지난 2022년 3월 12일에 발행됐습니다.


인터비즈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