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아 / 뉴스1
어떻게 이런 엄마가 있을까. 배우 박지아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 속 동은(송혜교 분)의 엄마 정미희를 연기하며 행복과 고통을 동시에 느꼈다. 한 인물에 완전히 몰입해서 연구하고 표현하는 배우로서의 기쁨은 있었지만, 알면 알수록 사랑할 수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 제 편이 없는 딸 동은의 곁에 있기는커녕 오히려 벼랑 끝에서 밀어버리는 엄마 미희는 결국 그 질긴 천륜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고 만다.
박지아는 대본에 그려지지 않은 미희의 삶의 빈 조각을 채우며 인물을 완성했다. 완전히 몰입해 연기했다던 그는 완성된 ‘더 글로리’에서 동은을 똑바로 마주하기 어려웠다며 인터뷰 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울컥한 표정 너머로 동은을 바라보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전해졌다. 박지아는 ‘더 글로리’는 배우로서 행복한 작업을 하게 해준 작품이었다고 돌아보며, 앞으로는 다양한 색깔의 인물이 되어 시청자와 만나고 싶다고 했다.
<【N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박지아 / 뉴스1
-김은숙 작가의 반응은 어땠나.
▶다른 자리에서 살금살금 다가오시길래 나도 살금살금 비키다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웃음) ‘다 봤다’고 하시길래, 내가 제 몫을 못 해냈을까봐 두려웠는데 ‘정말 알코올 중독자 같더라’ 하는데 ‘그래도 해냈구나’ 싶어서 약간 눈물이.(웃음) 울컥했다.
-정말 알코올 중독자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자료를 찾다 보니 버전이 여러 개 있더라. 각자의 사연도 많고 소리지르는 경우, 우는 경우, 때리는 경우 등 여러 사례가 있더라. 그건 참고자료이고 내 사연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미희라는 여자의 인생을 생각하려고 했다. 제가 생각한 버전 중에 하나는, 미희의 과거는 동은이 같았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희 역시 버림받았다든지. 동은이가 자기 중심을 잡았다면 나는 그러지 못한 사람인 것 같더라.
▶분주한 현장에 혜교씨가 서있는데 아주 검은 숲속에서 바람을 맞으면서 정면을 응시하고 서있는 여자 같더라. 불안한 듯, 단단한 듯 서있는 사람 같았다. 나도 같이 연기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연기하게 될까 생각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그냥 동은이더라.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있었지만 저는 아주 행복했던 신이었다. ‘그렇게 웃지마’ 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기존의 송혜교씨 이미지와 달리 망가진 표정이었지만 제가 보기에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좋은 동지를 만난 것 같았다. 몇년 후에 어떤 작품일지 모르지만 다시 만나면 더 진한 연기를 주고 받아보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
-둘의 연기력이 빛난 장면이었나.
▶그날은 다들 자기 중심을 잡고 있느라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어떻게 할 여력이 없이 넋이 나가있었다. ‘컷’하면 주저앉아서 멍하게 있다가 다시 감정을 끌어올려서 연기를 했다. 열기와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후 정신병원신에서 더 편한 마음으로 대화했다.
배우 박지아 / 뉴스1
-‘더 글로리’ 이후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인터뷰가 많아진 것?(웃음) 길 가다가도 알아보시고, 마트를 갔는데 불러서 말을 거시더라. 나는 지인인 줄 알고 ‘후배인가?’ 했는데 ‘드라마에서 봤어요’라고 하시더라.(웃음)
-‘더 글로리’는 어땠나.
▶동은의 엄마가 되어 어떤 역할인지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안 풀린다고 6시간씩 걸으면서 생각하는 시간도 너무 좋았다. 뭔가에 온전히 몰입해 있다는 게, 그런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한 일이다. ‘더 글로리’같은 작품에 정미희로 오롯이 빠질 수 있어서 기뻤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