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硏 조영무 위원 “올해 중반 美 깊지않은 경기침체 빠질 듯” “연준 금리인하는 일러야 4분기 韓銀 역할 한계, 적극 재정 필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유럽에선 크레디트스위스와 도이체방크까지. 은행의 위기가 번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과연 미국 경제의 ‘연착륙’은 가능할까.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거시경제 전문가인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가 올해 중반쯤 “길거나 깊지는 않은 마일드(mild)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인터뷰에서 조 위원은 미국 경제에 대해선 하드랜딩(경착륙·hard landing) 가능성을 낮게 본 반면 한국에 대해선 성장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했다.
● 미국 기준금리 인하, 빨라도 4분기
27일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 인터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경기 침체 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기조를 쉽게 바꾸지 않을 거란 뜻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월 기준 6.0%)이 연준 목표치(2%)를 한참 웃돌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은행 파산 사태로 시장에선 이르면 7월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연준이 그렇게 빨리 금리 인하로 돌아서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금리를 조금 더 올릴 여지도 남아 있다”는 의견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빨라도 올해 4분기쯤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이미 역전됐다는 점이다. 22일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두 나라의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1.5%포인트로 벌어졌다. 국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위원 역시 그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연준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역전 폭이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도 미국의 금리인상 말기엔 한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갔다”며 “앞으로 만약 원화 가치가 떨어질 거란 기대가 형성된다면 외국인 자금 유출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중국 리오프닝 효과 기대 어려워
한국 경제의 큰 고민거리는 무역적자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41억 달러.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472억 달러)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조 위원은 “리오프닝으로 중국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더라도 중국으로의 수출이 과거처럼 늘어날 거라고 낙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지금의 대중 무역적자 원인이 구조적 변화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많이 줄였는데, 대만에서의 수입은 그만큼 줄이지 않았고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오히려 늘었다. 과연 대중국 수출이 줄어든 게 중국 내부 요인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걱정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걸까. 후자 쪽일 가능성이 크다.”
LG경영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 상반기(1.6%)보다 하반기(1.3%)가 더 좋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이다. 수출 부진은 물론이고 민간소비 둔화, 기업 설비투자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결과치다. 조 위원은 “한마디로 한국 경제 성장률을 높여줄 만한 부분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예전처럼 한국은행이 나서기도 어렵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조 위원은 “한은은 미국의 추세적인 금리 인하를 확인하는 내년 이후에나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건 정부의 재정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필요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정부가 재정을 잘 쓰는 것”이 한국 경제의 돌파구라는 조언이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