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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RSV 감염증’ 주의보… 심하면 폐렴으로 악화

입력 | 2023-03-30 03:00:00

최근 7주 사이 감염자 4배로 증가
전파력 높아 집단 감염 유의해야
건강한 성인은 쉽게 회복되지만
면역 저하자는 치명적일 수 있어




영유아에게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키기 쉬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이 7주 새 4배나 증가했다. 이달 초에는 서울 강남의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5명이 RSV에 집단 감염돼 해당 산후조리원이 임시 휴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RSV는 전파력이 높은 탓에 영유아가 모여 생활하는 산후조리원이나 보육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쉬워 영유아를 둔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2, 3월에도 환자 느는 이상 유행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1월 4주 차(22∼28일) 64명이었던 RSV 감염증 환자는 3월 2주 차(12∼18일) 265명까지 4배가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RSV 감염증 발생은 10월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1월경 유행 정점에 도달하고 그 이후 줄어든다.

그러나 이번 RSV 감염증 유행의 경우 예년보다 일찍인 지난해 10∼11월 사이에 찾아왔다가 사그라지더니 올해 2월부터 다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평소 유행 양상대로라면 2, 3월이면 RSV 감염증 환자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2월부터 되레 급증하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3월 2주 차 RSV 감염증 환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4배나 많았다.

RSV 감염증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이나 침방울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건강한 성인이 RSV에 감염될 시 콧물, 인후통 등의 가벼운 감기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하지만 영유아, 면역 저하자 및 고령자가 감염될 시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기도 감염으로 쉽게 이어진다.

RSV 감염은 만 2세가 되기 전에 한 번씩 걸릴 만큼 흔하다. 문제는 자칫하다 기관지염과 폐렴으로 발전해 호흡곤란이나 무호흡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영유아는 숨을 쉬기 어려워져 산소 수치가 떨어지거나 탈수가 올 수 있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 영유아 폐렴 등 중증으로 진행
RSV에 감염돼 폐렴이 진행된 후 입원한 영유아의 사망률은 2%에 달한다. 이처럼 유아 사망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데도 아직 상용 가능한 백신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급적 RSV에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RSV 감염을 예방하려면 평소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못하게 하고 손을 자주 씻겨 주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RSV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면 습도를 높여주고 탈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건강한 이들이 RSV에 걸린다면 대부분 쉽게 낫지만, 2세 미만 영유아들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감염 시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중증으로 이어져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같이 증상만으로는 인플루엔자 등과 구별이 어렵다. 3일 이상 열이 나거나 호흡 시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즉각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산후조리원이나 신생아실에서 신생아 접촉 전후 손 씻기, 호흡기 증상이 있는 직원이나 방문객 출입 제한 등 예방 및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서 집단 감염 예방 차원으로 권장하는 ‘모자병동’(산모와 아기가 함께 병실 이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RSV 감염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