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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특위 자문위, 맹탕 보고서… 얼마 더 내고 얼마 받을지 빠져

입력 | 2023-03-30 03:00:00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숫자’ 없이
“추가 논의 필요” 정치권에 공 넘겨
여야 연금특위 연장 등 의견 갈려
연금개혁, 결국 정부 몫 될 가능성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9일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용하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가운데)이 관련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왼쪽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을 마시는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연금개혁안 초안 대신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백화점식으로 정리한 수준의 경과보고서를 29일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국민들이 국민연금에서 ‘지금보다 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보험료율)’ ‘지금과 비교해 얼마를 받아야 할지(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 없이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16인의 연금 전문가가 넉 달 넘게 머리를 맞댔지만 결론 없이 정치권에 공을 넘긴 것. 정치권 역시 재정안정성 등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모수개혁’은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어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 11월 출범 넉 달 만에 맹탕 보고서

이날 오후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자문위는 ‘연금개혁안 검토 현황’ 경과보고서를 제출했다. 자문위는 일단 국민연금을 ‘지금보다 더 내고,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자’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더 올리고, 연금을 낼 수 있는 상한 연령(현행 59세)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현행 63세)을 높여야 한다는 것.

그러나 연금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결론을 담지 않았다. 당초 자문위는 그동안 논의에서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는 것을 전제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안과 50%로 인상하는 안을 검토해 왔지만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돌연 논의를 중단했고, 이날도 구체적인 숫자를 거론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의 공약인 기초연금 인상 여부에 대해서도 결과를 내지 못했다. 자문위는 보고서에서 “‘기초연금 점진적 인상’, ‘기초연금 수급 대상 합리화’ 등의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다각적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수준에서 논의가 종결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문위는 퇴직연금과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직역연금도 논의는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공 넘겨받은 복지부, 10월 개혁안 초안

자문위가 ‘맹탕’ 보고서를 낸 것에는 정치권의 방향 설정 탓도 있다. 그동안 자문위는 ‘모수개혁’에 집중해 왔는데 지난달 초 연금특위 여야 간사가 회동 뒤 “구조개혁을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모수개혁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며 방향을 바꾼 것. 구조개혁은 연금 제도를 개편하는 것으로, 국민연금 납부액의 경우 현재 전체 가입자의 월 소득 평균과 개인의 소득비례를 혼합해 결정되는데 이를 소득비례로만 전환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제 연금개혁에 대한 공이 정치권으로 넘어왔지만 관련 논의는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야는 연금특위 연장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4월 30일까지인 연금특위 활동기한에 대해 여당은 즉각 기한을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남은 한 달 동안 연금특위가 최선의 역할을 다하고 난 다음에 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중 무엇을 우선할지도 엇갈린다. 연금특위 여당 관계자는 “어떻게 안정적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할 것인지 구조개혁부터 한 다음 모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관계자는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개혁 우선은 여당 의견”이라며 다만 “모수개혁은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은 결국 정부 몫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건복지부가 10월경 정부 차원의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그동안 연금특위와 별도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수립을 준비해 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