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감정을 담아 몰입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적당한 열정은 좋은 실적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강한 추진력으로 평소보다 더 나은 성취를 가능케 한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더 큰 만족감과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몰입은 독이 된다. 일에만 집중한 나머지 삶의 다른 부분을 뒷전으로 미뤄놓게 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에 지나치게 실망하거나 자기 비하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성취욕이 강한 사람일수록 일에 감정을 담곤 한다. 회사의 성공에 헌신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일이 모든 감정과 행동의 기준이 되는 것이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확산한 재택·원격근무로 삶과 업무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업무 과몰입’을 경계하고, 일에 대한 감정적 거리 두기를 고민해야 한다.
몇 가지 특징으로 업무 과몰입 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업무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이는지 살펴봐야 한다. 일에 대한 상사·동료의 평가가 마치 자기 개인에 대한 지적처럼 들린다면 과몰입을 의심할 수 있다. 퇴근 이후 일을 집까지 가져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과에 집중한 나머지 휴식이 절실한데도 쉬지 않고 일한다는 신호다. 개인 시간을 계속 업무에 쓰고, 일하지 않는데도 머릿속으론 온통 일 생각만 하는 상태다.
자신의 행동에서 이런 특징들을 확인했다면 업무 과몰입을 벗어나기 위해 몇 가지 효과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연습으로 업무 평가와 개인에 대한 평가를 분리해서 생각해 본다. 먼저 빈 종이를 한 장 준비해 4개의 칸을 그린다. 첫째 칸에는 토씨 하나까지 살려 있는 그대로의 피드백을 적는다. 둘째 칸에는 피드백 내용 가운데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모두 쓴다. 부정확한 피드백이나 상대방이 빠뜨린 자신의 성과도 여기에 나열한다. 셋째 칸에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골라 적는다. 자신의 워크플로나 스킬을 향상하는 데 유용한 의견 등이 해당한다. 마지막 칸에는 앞으로의 행동 계획을 담는다. 나를 지적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개선하거나, 부당한 지적을 시정해 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한 귀로 흘려듣고 활기찬 마음으로 내 일만 신경 쓰는 식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집까지 일을 가져오는 사람은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일을 더 잘하려면 퇴근 이후 ‘휴식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퇴근 준비시간 알람을 설정해 두고 업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업무용 컴퓨터 전원을 완전히 꺼서 회사 시스템에 다시 로그인하려는 충동을 원천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일 할 일의 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일에서 휴식으로 전환하는 나만의 작은 의식을 만드는 것도 좋다.
일이 곧 자신인 사람은 회사 일 이외의 즐길 만한 일을 찾는 것이 방법이다. 심정적으로 약간만 일에서 물러나도 삶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 꽃꽂이, 우주과학, 자원봉사 등 업무와 관련 없이 새로운 자의식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외부 활동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굳이 업무가 아니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 말이다.
동료들에게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면 냉정한 자기 인식으로 변화를 시도해 보자. 프로젝트나 인간 관계에서 자신이 해야 할 것 이상의 과도한 업무나 책임을 떠안고 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혹사당한다고 느끼거나 노력과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본다. 이때 화가 난다면 욕구가 억눌려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고쳐야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는 상태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일에 대한 과몰입을 줄이는 법’을 요약한 것입니다.
멜로디 와일딩 경영자 전문 코치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