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 마네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가난한 보헤미안의 삶을 택했다. 화가가 된 이후 살롱전을 통해 인정받고자 했지만, 대담한 주제와 스타일 때문에 그의 그림은 보수적인 살롱전에서 거부되거나 심사에 통과돼도 호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1881년 그린 ‘봄’(사진)은 달랐다. 살롱전 통과는 물론 그에게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안겨줬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화면 속에는 양산을 들고 정원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한다. 드레스는 화려한 꽃무늬로 뒤덮였고, 모자도 꽃으로 장식됐다. 봄기운이 물씬 나는 그림 속 모델은 파리 출신의 배우 잔 드마르시다. 화가는 그를 봄의 화신으로 묘사하고 있다.
마네는 유행을 선도하는 아름다운 파리 여인이 봄을 상징한다고 여겼던 듯하다. 인기 있는 옷 가게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최신 유행하는 모자와 드레스를 구해 모델에게 입혔다. 또 모델의 코와 입술을 실제보다 올려 그려 세련된 도시녀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림 속 의상은 첨단 유행을 보여주는 반면, 그림의 형식은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하던 측면 초상화 방식을 택했다. 그러니까 현대와 전통의 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논쟁적인 그림으로 파리 화단의 스캔들 메이커였던 마네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세상과 타협을 한 걸까. 아름다운 여인, 세련된 옷, 꽃과 자연, 맑은 하늘 등 그림 속 그 어느 것도 싫어하기 힘든 소재들이다. 당연히 살롱전 심사위원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봄’은 2014년 경매에서 6500만 달러에 팔리며 마네 그림 최고가를 경신했다. 거장이 그린 밝고 아름다운 그림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다는 걸 증명한 셈이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