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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도 나오는 가상인간, 게임사가 주도한다[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입력 | 2023-03-30 11:00:00


아이돌 그룹 ‘메이브’. 왼쪽부터 마티, 제나, 타이라, 시우. 넷마블에프앤씨


올 1월 시우, 제나, 타이라, 마티 4명으로구성된 아이돌 그룹 ‘메이브’가 데뷔했습니다. 이들의 타이틀곡인 ‘판도라(PANDORA)’는유튜브 조회 수가 2000만 건에 달하며 K-팝 음악을 좋아하는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메이브가 주인공인 웹툰까지 등장해 사랑받고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메이브’에는 기존의 K-팝 그룹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특징이 있습니다. ‘메이브’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은 ‘가상인간’으로 구성된 그룹이라는 점입니다. ‘메이브’의 4명은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활용해 완성된 진짜 같은 ‘가짜 사람’입니다.

그리고 또 놀라운 점은 이 가상인간들을 만들어 낸 곳이 바로 게임사였다는 것입니다. ‘메이브’는 ‘모두의마블’ 등으로 친숙한 넷마블의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의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협업해 선보인 그룹입니다.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갑자기 게임사가 등장해 깜짝 놀란 이들도 있겠지만,가상인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게임사의 이런 등장이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가상인간 분야는게임사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서 준비 중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사들의 꾸준한 가상인간제작 시도
게임사들은 가상인간 제작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먼저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2년 VR(가상현실) 게임 ‘포커스 온유’에등장했던 한유아를 한층 발전시켜 디지털 휴먼으로 선보였습니다. 게임 캐릭터를 넘어 디지털 휴먼으로서좀더 진짜 사람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고, YG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맺고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죠.

스마일게이트의 버추얼 휴먼 한유아 . 스마일게이트

‘배틀그라운드’로 잘 알려진크래프톤도 버추얼 휴먼 데모 영상을 2022년에 공개했습니다. 크래프톤의버추얼 휴먼은 모션 캡처 기반의 생생한 움직임과 더불어, 3D 캐릭터에 뼈대를 만들어서 심는 리깅(Rigging) 기술을 얼굴에도 적용해, 동공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다채로운 표정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피부의 솜털과 잔머리까지 구현해 더욱 사람과 닮았죠.

이브이알 스튜디오가 준비 중인 신작 ‘프로젝트TH(무당)’도 주목할만합니다. 이회사는 자체 개발한 3D 스캔 광학장비를 통해, 가상 캐릭터를설계 및 구현하는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TH(무당)’은 이 기술을 활용해 배우 이홍내와 허성태 등이 게임 내 캐릭터로 등장시켰습니다. 앞서 공개된 영상에서 실제로 허성태 배우가 연기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수준의 결과물을 공개하며 많은 관심을받았습니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김택진 대표 가상인가. 엔씨소프트

최근에는 엔씨소프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2023’에서, 신작 ‘프로젝트M’의 디지털 휴먼 기술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특히 김택진 대표가 디지털 휴먼으로 등장해 더 화제가 됐죠. 엔씨소프트는영상의 모든 대사를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기술인‘TTS(Text-to-Speech)’로 구현했고, 표정 및 립싱크 애니메이션은 목소리를입력하면 상황에 맞는 얼굴 애니메이션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Voice-to-Face’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프로젝트M’은 인터랙티브 요소 기반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출시될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게임 엔진 개발사인 에픽게임즈는 가상인간을 쉽게 제작할 수 있은 메타 휴먼 크리어에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펄어비스나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넵튠도 버추얼 휴먼과 관련된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사는 왜 가상인간에 투자하나?
그렇다면 게임사들이 이렇게 가상인간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게임 속 캐릭터와 가상인간은 개념적으로는 동일합니다. 캐릭터의표현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사용성 측면으로 본다면 ‘사람형상으로 제작되어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라는 부분이 같기에 개발이 쉽습니다.

그리고 최근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가상인간의활용도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비싼 몸값을 구가하는 연예인 대신 잘 만든 가상인간을 활용해 게임을 알리고게임 캐릭터로 등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넘어 영상이나 사진 등에도 적극 활용할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프로젝트TH(무당)’의 허성태 가상인간. 이브이알스튜디오

다음으로 가상인간은 게임사들의 차기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시장에서도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게 되는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사람을 대신하는 아바타가 얼마나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는가에 따라 몰입감이 달라집니다.

게다가 앞으로 가상인간은 AI와 결합해 무궁무진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브이알 스튜디오의 관계자는 “가상인간의미래는 AI와 결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후로 대화형 AI인 LLM(대규모 언어모델)과결합된 가상인간을 통해 인류가 맺어 본 적 없는 완벽히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가상 인간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14조 원에 달할 것이라 하니, 가상인간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