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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례 심정지에도 살아난 50대 가장, 4명에 새삶 선물하고 떠나

입력 | 2023-03-30 13:35:00

불의의 낙상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뒤 4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고민수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불의의 낙상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50대 가장이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3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부산에 살던 고민수 씨(54)는 지난 20일 경기 안산에서 일하던 중 낙상사고를 당했다. 그는 고려대안산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뇌사상태가 됐다.

고 씨 아내 방영미 씨는 “부산에 있는데 남편이 일하고 있는 안산 지역 병원에서 급히 와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병원에 도착해 남편의 몸을 만져보니 따뜻했는데, 의료진이 머리 촬영 사진을 보여주며 뇌사상태라고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가족은 고 씨에게 6차례나 심정지가 왔다가 다시 심장이 뛴 것은 다른 생명을 살리라는 뜻이라고 생각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고 씨는 지난 23일 병원에서 심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방 씨는 “너무 놀라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의료진이 뇌사상태에는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이 가능하다고 말해 자녀들이 먼저 기증하자고 했다. ‘평생을 남을 위해 베푸신 아버지였다’면서 기증을 원했을 거라는 아이들의 말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늘 가족을 위해 고생만 한 당신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면서 “내가 올 줄 알고 6번이나 그 힘든 순간을 견디고 다시 살아 숨 쉬어 줘서 고맙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마음 편히 쉬길 바라고 사랑한다”며 고 씨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제주도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고 씨는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항상 남을 배려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10년 정도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빵을 보육원에 선물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등 정이 많았다.

고 씨의 기증자 예우를 담당한 이호정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회복지사는 “남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생명을 나눠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께 감사드린다”며 “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많은 분이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