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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아이까지 처형해”…정부, ‘北인권보고서’ 첫 공개 발행

입력 | 2023-03-30 14:31: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후에도 북한에서 18세 미만 아동부터 임산부까지 광범위하게 처형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가 오는 31일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통일부가 발행하는 ‘북한인권보고서’는 북한인권법 제정 이듬해부터 매년 발간돼 왔다. 하지만 탈북민의 개인정보 노출, 북한의 반발 등을 고려해 일반 국민에게는 비공개해 왔다. 그러다 올해부터 북한의 열약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국민에게 공개됐다.

이번 보고서는 2017∼2022년 북한이탈주민 508명이 증언한 1600여개 인권침해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약 450쪽 분량으로 크게 4개의 장 ▲ 시민적·정치적 권리 ▲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 취약계층 ▲ 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으로 구성됐다.

보고서는 “북한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 박탈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즉결 처형’ 사례에 대한 증언이 지속적으로 수집됐다”고 밝혔다. 이어 “살인 같은 강력 범죄뿐만 아니라 마약거래, 한국 영상물 시청·유포, 종교·미신행위 등 자유권 규약상 사형이 부과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는 증언들이 수집됐다”고 설명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참관한 가운데 지난 18~19일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핵반격가상종합전술 훈련’을 진행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뉴시스


특히 18세 미만 아동과 임산부에게 처형이 집행된 사례들도 꾸준히 수집됐다. 여성들이 가정·학교·군대·구금시설에서 각종 폭력에 노출되고, 청소년이 한국 영상물을 봤다는 이유로 처형되는 일이 있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2015년 원산시에서 16∼17세 청소년 6명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총살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7년에는 집에서 춤추는 한 여성의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됐는데, 당시 임신 6개월인 이 여성은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돼 공개 처형됐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창건 75주년 건군절 경축행사에 특별대표로 초대된 원군미풍열성자들을 만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15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뉴시스


아울러 구금시설에서 출산한 아기를 기관원이 살해한 사례, 실험대상자의 동의 없이 북한당국에 의한 생체 실험에 대한 증언들도 수집됐다. 해외 파견노동자들의 경우 휴일 없이 하루 최장 17시간 노동을 하고, ‘난장이 마을’ 등을 별도로 만들어 장애인을 격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2016년 초당적 협력으로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발간하는 정부의 첫 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보고서가 북한 인권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초자료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하여 홍보하고 영문판 발간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