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전경련, 5년치 재무제표 분석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재고자산이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안정성까지 악화돼 기업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재고자산은 기업이 생산·판매 목적으로 갖고 있는 물건들을 가리킨다. 시장이 좋을 때 적극적으로 확보해 늘어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쌓이는 재고는 기업의 골칫거리가 된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반도체 업종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각각 27조9900억 원, 10조345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75.2%, 88.3% 증가했다. 두 회사에서만 1년 만에 재고자산이 17조 원가량 불어났다.
● 부채 늘고 이익 줄어 이중고
LG디스플레이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패널 가격 하락에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세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98.1%까지 올랐다. 2018년 104.8%에서 3배 가까이로 높아진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도 위태로운데 기업마저 휘청거리며 경기 불황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고 했다.
소비시장이 얼어붙은 여파는 석유화학 등 중간재 산업과 유통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말 포스코케미칼,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각각 전년 대비 14.9%포인트, 16.8%포인트 올랐다. 롯데하이마트, 한샘도 각각 29.2%포인트, 37.1%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화, 금호건설 등 조선·건설 업종의 재무 상태도 악화됐다.
기업들은 불필요한 사업과 자산을 매각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1월 파키스탄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을 1924억 원에 매각했다. 8년 연속 적자인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중국 선박·조선 부품업체인 ‘영성가야선업유한공사’를 처분했다. 동국제강은 중국 법인 DKSC의 지분을 현지 지방정부에 팔았고 현대제철은 올해 중국 ‘베이징스틸서비스센터’ 법인 매각에 나섰다.
● 올해 1분기도 부진 전망
1분기(1∼3월)에도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64조6380억 원, 영업이익 1조5028억 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은 16.9%, 영업이익은 89.4% 줄어든 전망치다. 지난해 4분기 1조898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3조4864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2분기(4∼6월)와 3분기(7∼9월)에도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9%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홀딩스(―66.6%), 현대제철(―63.8%)은 영업이익 감소 폭이 60%대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호실적을 거뒀던 LG전자(―44.6%)와 LG디스플레이(적자)는 동반 침체가 예상된다.
다만 자동차 산업은 선방이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2조5481억 원, 기아는 2조2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1%, 26.2% 증가한 수치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