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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현장방문 맞춰… 우리銀도 “2050억 상생지원” 내놔

입력 | 2023-03-31 03:00:00

가계대출 금리 최대 0.7%P 인하… 청년 도약대출 5000억원 지원도
신한-KB-하나 4대銀 모두 참여… 일각 ‘금감원장의 팔비틀기’ 지적




신한, KB국민, 하나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대국민 금융 지원책을 30일 발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릴레이 현장 방문에 맞춰 4대 은행이 순차적으로 상생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이 주요 은행들을 순회하듯이 방문하고 은행들은 이에 맞춰 경쟁적으로 ‘통 큰’ 사회공헌 방안을 쏟아내는 것이 그리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이날 고객에게 연간 205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우리상생금융 3·3 패키지’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우선 이자 부담이 커진 고객들을 위해 모든 가계대출의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7%포인트 낮아져 인하 폭이 가장 컸다.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각각 0.6%포인트, 0.5%포인트 낮아진다.

청년층의 도약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청년 자산 형성을 돕는 도약대출을 5000억 원 규모로 집행하고, 1만 명에게는 금융바우처도 제공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5000억 원 규모로 생활안정자금 긴급대출을 실시한다. 취약계층 지원책으로는 성실 상환 고객에게 원금의 1%를 감면해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점 개점식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은행의 상생 방안은 이 원장의 현장 방문 일정에 맞춰 발표됐다. 이 원장은 이날 우리은행의 고령층 특화점포 ‘영등포 시니어플러스점’ 개설식에 참석했다. 그는 “특화 점포 개설은 디지털에 소외된 고령층에게 반가운 일”이라며 “급격한 점포 폐쇄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원장은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4대 시중은행 점포를 모두 방문하게 됐다. 감독당국의 수장이 은행 현장을 연이어 방문하고 해당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 특판 상품 출시 등으로 이에 화답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원장은 은행권의 사회공헌이 실질적이고 유효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의 잇단 현장 방문이 은행권을 무리하게 압박해 사회공헌 약속을 받아내는 ‘팔 비틀기’ 성격이라는 지적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다음 타깃은 보험사, 카드사 등이라는 예상이 나온다”며 “금감원장이 방문한다면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상반기 내로 국민들이 대출금리 하락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단기자금 시장 금리가 하향 추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그 영향으로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금리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