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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기운과 에너지 팡팡, 고인돌에서 춤을![안영배의 웰빙풍수]

입력 | 2023-03-31 12:00:00

고인돌 만든 주역은 최고의 풍수 실력자




마음이 울적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즐겨 찾는 곳이 있다. 도시 근교에 있는 고인돌이다. 우리나라는 ‘고인돌 왕국’ 이라 불릴 만큼 전국 곳곳에 고인돌이 분포돼 있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고인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고인돌은 우리나라 삼국시대 훨씬 이전인 청동기 때부터 조성돼온 무덤 양식이다. 돌을 즐겨 사용하는 무덤 문화는 중국 만주 지역 요하(遼河)를 중심으로 한 북방문화권에서 주로 발견된다. 만리장성 이남의 중원 문화권에서 주로 흙을 주재료로 삼아 무덤을 만들어온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문화 현상이다. 그러니 한반도에서 나타나는 고인돌은 중국과는 다른, 독특한 우리 고유문화임을 말해준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한반도에만 4만여 기의 고인돌이 있으며, 실제는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고인돌의 50% 이상이 우리나라에 있는 셈이다. 특히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군은 독특한 형태와 배치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기도 하다.

고인돌에는 대단히 강력한 에너지 장이 형성돼 있다. 고인돌의 기운(에너지 파장)이 미치는 곳에서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응어리졌던 마음이 어느새 풀려나가는 느낌도 받게 된다. 기운에 민감한 이들이라면 에너지가 몸속에 충전되는 듯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은 명당 터에서 주로 느껴볼 수 있는 현상이다.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고인돌 옆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 고인돌  만든 이는  최고의 풍수 실력자
고인돌 문화를 퍼뜨린 청동기 시대 사람들은 정교한 풍수 논리를 알지 못했어도 본능적으로 하늘과 땅의 기운을 읽을 줄 알았던 것 같다. 기자가 답사한 전국 각지 고인돌 중 90% 이상은 명당 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원래 있던 터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은 고인돌에서는 명당 기운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로 보아 고인돌의 명당 기운은 돌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터와 돌의 어울림에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땅 기운이 개입된 유적이나 유물은 원래 터에서 벗어나는 순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문화재 당국은 깊이 새겨볼 일이다.

고인돌이 명당 터에 조성됐다는 점은 동북아시아에서의 풍수 기원을 밝히는 데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청동기 시대에 고인돌을 조성한 이들이 중국 한나라(BC 206~AD 9년) 이후 발전한 이론 풍수학을 알았을 가능성은 없다. 즉 고인돌의 주역들은 전승돼 온 문자 기록 등이 없는 상태에서 자연과 깊이 교감하면서, 자연의 기운이 가장 밀집된 필드에 고인돌을 조성해 놓았던 것이다. 그것도 중국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한반도에서 말이다.

사실 풍수는 공간의 기운을 읽고 해석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보면 고인돌을 조성한 주역들은 풍수에서 최고의 경지라고 일컬어지는 ‘신안(神眼)’이 열린 실력자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화도의 탁자식 고인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풍수의 눈으로 볼 때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한반도에서 조성된 고인돌은 크게 북방식과 남방식으로 나뉘는데, 고인돌 기운에서도 차별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북쪽 지역으로 올라갈수록 공중에서 땅 쪽으로 에너지가 하강하는 기운, 즉 천기(天氣) 공간(터)에 고인돌이 많이 배치돼 있다. 이처럼 천기를 집중적으로 응용한 집단이 고인돌 시대 이후에 등장한 고구려 사람들이다. 중국 지안(集安)의 광개토대왕릉이나 장군분(장군총), 고분벽화가 발견된 무용총 등 고구려 돌 무덤들은 대부분 천기에 맞추어 묘를 조성해놓고 있다. 시신을 안치한 무덤방이 지상 7~10미터 높이에 배치돼 있는 것도 직접적으로 천기를 받아들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반면 남쪽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땅 밑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지기(地氣)에 맞추어 고인돌을 조성한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 풍수는 후대로 내려올수록 이러한 지기 중심의 이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물론 천기와 지기와 함께 교차되는 곳에 고인돌을 배치한 사례도 적지 않은데, 천기이든 지기이든 모두 명당 터임은 분명하다.

한편 고인돌 중 일부는 무덤 용도 이외에 성스러운 제례 공간으로도 사용됐다는 특징도 보인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고인돌(양평군 양서면)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이 고인돌 덮개돌에는 북두칠성 등 별자리를 상징하는 구멍(성혈)이 인위적으로 조성돼 있다. 고인돌이 하늘에 제를 올리는 천제단(天祭壇) 혹은 별자리를 관측하여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점성대(占星臺) 역할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물머리 고인돌에 새겨진 북두칠성 모양의 성혈.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고인돌이 천체의 움직임과 관련이 깊다는 점은 외국의 고인돌에서도 많이 목격된다. 유럽 지역 대서양 해안가를 중심으로 산재한 고인돌은 대체로 동지 일출 방향으로 무덤방이 배치돼 있고, 덮개돌에 별자리 패턴의 홈이 새겨져 있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고인돌의 종주국답게 지배계급의 무덤용, 천제를 지내는 제사용, 별자리를 측정하는 천문 관측용 등 다양한 형태로 고인돌 문화가 발전해왔다. 게다가 일부 한반도 고인돌에서는 백인 계통의 유골이 발견돼 고인돌 문화가 매우 국제적으로 퍼져 있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남한강 최상류인 정선 아우라지 고인돌, 제천 황석리 고인돌(현재 수몰된 충주호), 평창 하리 고인돌 등에서는 백인 형질의 인골이 출토돼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고인돌은 아직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아무튼 고인돌은 그 역사성이나 문화성이나 종교성을 볼 때 무의미하게 지나쳐 볼 곳은 아니다. 현실적으로도 고인돌은 ‘에너지 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고인돌 주변을 한 바퀴 돌며 기운에 취해 덩실덩실 춤을 춰도 좋고,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해도 좋고, 그저 멍때리기만 해도 좋다. 거친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를 위로해주고, 충전시켜 줄 명당 고인돌 하나쯤은 삶의 동반자로 삼아보면 어떨까.

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