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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 ‘악성 미분양’ 8554채… 한달새 13.4% 늘었다

입력 | 2023-03-31 03:00:00

지방보다 수도권서 큰 폭 증가…일반 미분양은 7만5000채 유지
미신고 등 실제론 통계보다 많을것…“정부 세제혜택등 선제대응 필요”




약 100채 규모의 대구 A아파트 단지. 2021년 초 준공을 한 달 앞두고 분양했지만 청약 통장이 39개만 접수되며 미달됐다. 약 2년이 지난 올해 2월 말 등기부등본상 A단지의 미분양은 여전히 28채 수준으로 파악된다. 미분양 물량 중 상당수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은 것. 정부는 A단지에 미분양 물량이 있다는 사실은 밝히고 있지만, 정확한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정부 통계상으로 한 달 새 10% 이상 급증했다. 이는 사업자의 자발적 신고에 따른 집계로 신고되지 않은 물량까지 감안하면 실제 악성 미분양 규모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 후까지 미분양이 남으면 공사비나 금융비를 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 건설사나 시행사의 자금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8554채로 전월(7546채) 대비 1008채(13.4%) 증가했다. 1월 말에는 준공 후 미분양(7546채)이 전월(7518채)보다 0.4% 증가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 달 새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가 급격히 가팔라진 셈이다.

지방보다 수도권에서 증가세가 컸다.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은 1483채로 한 달 전(1280채)보다 15.9% 늘었다. 같은 기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6266채에서 7071채로 12.8%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광주(190채)의 증가율(322.2%)이 두드러졌고 △대구 952채(증가율 243.7%) △경기 732채(23%) △서울 405채(18.4%) 등의 순이었다.

매달 약 1만 채씩 급증하던 일반 미분양 주택 증가세는 오히려 주춤한 모습이다. 2월 말 전국의 일반 미분양 주택은 총 7만5438채로 전월 대비 증가율이 0.1%(79채)에 그쳤다. 다만 정부가 위험선으로 보는 미분양 규모(6만2000채)보다는 여전히 많다.

분양 시장 분위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달 분양한 경기의 B단지는 총 1548채가 나왔지만 131명만 청약을 신청했다. 대형 건설사의 인기 브랜드 아파트임에도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대거 미분양이 발생한 것이다. 충북의 C단지 역시 최근 199채를 공급했지만, 33개의 청약 통장만 접수됐다.

시장 상황 악화로 올해 1, 2월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전국에 4만7072채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줄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분양실적은 1만945채로 전년 동기 대비 75.3% 감소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계속 연기 중”이라며 “분양 대행사들은 일감이 없어서 개점 휴업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장의 미분양 규모는 국토부 통계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분양 정보를 일종의 ‘영업 비밀’로 인정하고 건설사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해 통계를 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와 프롭테크 기업인 빅테크플러스가 전국 3763채 공동주택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7523채로 국토부 통계의 약 2.3배 규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에 추가 할인 등을 유도하거나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