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판정 받아 재정지원 제한 전기-수도요금 밀려 공급 중단 위기 올해 입학한 신입생 27명에 그쳐 재학생 “졸업할 수 있을지 걱정”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히면서 심각한 재정난으로 존폐 위기에 직면한 경남 진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한국국제대. 재학생들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학교 상황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경남 진주의 사립대가 극심한 재정난으로 학사 운영이 거의 마비 상태에 빠졌다. 학교가 존폐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찾은 진주시 문산읍 한국국제대 캠퍼스. 캠퍼스는 텅 비었고 개강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로 스산하고 썰렁하기까지 했다. 강의실은 어두컴컴했고, 승강기는 멈춰 서 있었다. 학생식당은 문이 굳게 닫혔고, 화장실은 더럽게 방치돼 있었다. 학생들이 생활하던 기숙사는 폐건물로 방치되고 있었다.
● 재정난으로 밀린 임금만 100억 원
1978년 개교한 한국국제대가 이런 처지에 놓인 것은 2018년 시작된 극심한 재정난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 부실(하위권) 판정을 받으면서 매년 받아오던 각종 재정지원이 제한돼 학교 재정은 급속도로 나빠진 것이다. 급여까지 밀려 교직원들이 한 명씩 학교를 떠나기 시작했고, 2021년 총 180명이던 교직원 수는 올해 58명까지 줄었다. 2003년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할 때 1265명이던 입학정원은 2018년에 738명으로 줄었고, 올해엔 393명까지 쪼그라들었다. 특히 올해 실제 입학한 신입생은 27명에 그쳐 충원율은 6.9%에 그쳤다.
● “졸업은 할 수 있을지 걱정 태산”
재학생들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학교 상황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국제대 4학년에 재학 중인 A 씨는 “학교가 단전돼 수업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과연 졸업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차라리 법인 파산을 선언하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생들은 다른 대학에 편입할 수 있지만 법인과 교직원, 학생 등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복합하게 얽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교직원들은 학교 법인의 잘못된 경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캠퍼스 곳곳에 붉은색 글씨로 쓴 ‘일선학원 하면 떠오르는 것=불법 담보대출, 횡령, 인사채용 비리 온상’ ‘부실대학 누가 만들었나? 전 이사장은 즉각 물러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법인을 압박하고 있다. 법인 관계자는 “등록금 수납하는 방안을 찾아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상황은 막겠다”면서 “대학 정상화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