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새 안보실장에 조태용 주미 대사가 어제 임명됐다. 주미 대사엔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내정됐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준비를 위해 일단 ‘돌려막기’식 인사를 한 셈이다. 하지만 김 전 실장 교체를 검토한다는 동아일보의 첫 보도에도 대통령실과 당사자가 부인했던 사안이 하루 만에 현실화한 배경을 놓고 무성한 추측이 난무하면서 외교안보 난맥상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김 전 실장 교체의 도화선으론 윤 대통령 방미 일정과 관련한 안보실의 보고 누락이 꼽히고 있다. 미국 백악관 측이 만찬 행사에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합동 공연을 제안해 주미 한국대사관이 여러 차례 전문을 보냈지만 안보실에서 이를 보고하지 않아 한때 무산 위기에 처했었다는 내용이다. 그런 보고를 빠뜨렸다면 당연히 문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의전비서관 사퇴와 외교비서관 교체에 이어 외교사령탑 경질로까지 이어질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한 여권 인사는 “낙타가 그 등짐 위로 깃털 하나가 떨어져 주저앉았다면 그 이유를 깃털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누적된 문제가 터져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김 전 실장 교체는 시간문제였을 뿐 진작 예정된 것이었고, 외교안보라인 전반의 개편도 준비 중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사실 이번에 어렴풋이 드러난 것은 떨어지는 깃털 하나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미 낙타 등에 놓여 있는 천근만근의 짐을 덜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상외교 일정 때마다 크고 작은 잡음이 나오는 것은 외교에 낯선 대통령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유능한 참모라면 대통령과 충분히 토론하고 상대국과 매끄럽게 의제를 조율해야 한다. 논란이 생기면 그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도 참모의 몫이다. 외교안보라인의 재정비가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