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총통 뉴욕 경유 “세계 안보가 대만 운명에 달려” 중남미 순방후 매카시 만날 듯 中, 잇단 무력시위로 대만 위협
차이잉원 뉴욕 숙소 앞 찬반 시위 미국과 중앙아메리카 방문에 나선 차이잉원 대만 총통(위 사진 오른쪽)이 중국의 강한 반대 속에서 29일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차이 총통 일행이 맨해튼의 롯데팰리스호텔 앞에 들어서자 대만 교민들이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와 미 성조기를 들고 대만의 정식 명칭인 “중화민국 만세”를 외치며 환영했다. 바로 옆에선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차이는 중국의 반역자’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맞불 시위를 벌였다(아래 사진). 트위터 캡처·뉴욕=AP 뉴시스
다음 달 5일까지 미국과 중남미를 방문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출발 당일인 29일 경유지 미국 동부 뉴욕에 도착했다. 그는 “세계의 안보가 대만의 운명에 달렸다. 대만인이 단결할수록 세계가 안전해진다”고 호소했다.
그는 뉴욕에서 약 48시간 머문 뒤 중남미의 수교국 과테말라, 벨리즈를 방문한다. 귀국길에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캘리포니아가 지역구인 미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매카시 의장을 만나면 험난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군용기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침범시켰다. 미 백악관은 “대만 총통이 경유 형식으로 방미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지 말라”며 중국과 맞섰다.
● 차이 “대만은 민주주의 최전선”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29일 숙소인 맨해튼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의 연회 연설을 위해 “대만은 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있다. 몇 년간 (중국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미 애리조나주에 투자한 것을 거론하며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대만 교민들은 호텔 앞에서 미 성조기, 대만 국기 ‘청천백일기’를 흔들며 열렬히 환영했다. 상당수는 대만의 정식 명칭 “중화민국 만세”를 외쳤다. 바로 옆에서는 일부 중국인들이 ‘차이는 중국의 반역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맞불 시위를 벌였다. 다만 양측 출동은 없었다.
이날 차이 총통이 전용기편으로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을 때 로라 로젠버거 신임 미국 재대만협회(AIT) 회장, 샤오메이친(蕭美琴)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 등이 영접했다. 로젠버거 회장은 사실상 대만 주재 미국 대사, 샤오 대표는 미국 주재 대만 대사 역할을 한다. 특히 로젠버거 회장은 최근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이었다.
차이 총통은 30일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비공개 연설을 하기로 했다. 귀국길에 캘리포니아주를 들를 때는 ‘강한 미국’을 주창했으며 중국, 러시아 등에 적대적이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도서관도 방문한다. 이때 매카시 의장을 만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 中 군용기, 대만 ADIZ 진입… 군사 위협 계속될 듯
중국은 반발했다. 30일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내년 1월 퇴임하는 차이 총통이 마지막 쇼를 벌이고 있다며 “절망적인 도박꾼처럼 행동하고 있다. 역사에 불명예로 남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29일 국무원도 “그가 매카시 의장을 만나면 결연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28∼30일 사흘 연속 미국의 흑백 갈등, 양극화 등을 비판하는 보고서도 펴냈다. 중국의 군사 위협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대만 쯔유시보는 29일 대만군이 인근 해역에서 인민해방군 함정 4척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28일에도 인민해방군 군용기 11대가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9일 차이 총통이 2016년 취임 후 6차례 경유 방식으로 미국을 찾았다며 “중국이 반발할 이유가 없다. 군사 위협을 가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