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의 한국헌정사 1987-2017/서희경 지음/808쪽·5만5000원·도서출판 포럼
신문 정치면을 볼 때면 우리 정치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궁금할 때가 많다. 책은 그 혼란이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1987년 개헌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개헌 작업부터 민주성과 숙의성이 결여됐다는 것. 당시 논의에는 소수당이 배제됐고, 비공식기구인 ‘8인정치회담’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대체하는 등 민주적 절차가 무시됐다.
책은 직선제 개헌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30년에 걸친 한국헌정사 속 문제를 치밀하게 짚어낸다. 저자는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아 보자는 단순 논리를 바탕으로 탄생한 대통령 직선 단임제는 권위주의적 대통령을 존속시켰다”며 “절차적 민주주의가 구현될 때에야 헌법의 실질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민주적인 정부가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서 헌정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헌법 제정을 기점으로 앞뒤 50여 년씩, 총 한 세기를 망라한다. 저자는 앞서 1898년 만민공동회 활동부터 제헌까지를 다룬 ‘대한민국 헌법의 탄생’과 ‘한국헌정사 1948-1987’을 펴낸 바 있다. 이후의 역사를 다룬 이번 책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