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서 ‘특권적 지위’ 누려온 인류 동물 학대-무차별적 사냥 일삼기도 과학-인문학 오가는 동물 이야기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사이먼 반즈 지음·오수원 옮김/728쪽·3만3000원·현대지성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주에서도 혼자가 아니다. 지구에서도 혼자가 아니다. 야생에서도, 농촌에서도, 도시에서도, 집에서도… 모낭충이 우리 얼굴 피부에서 함께 살고 있지 않은가.”
상이한 두 종의 상호관계를 공생이라고 한다면 저자의 이 문장처럼 인간은 동물과의 공생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에서 특권적 지위에 있다는 오만함 속에 다른 동물을 하등한 존재로 취급하기 일쑤다.
곰 인형이나 ‘곰돌이 푸’ 같은 캐릭터로 사랑받는 곰이지만 인간이 현실의 곰에게도 친절한 것만은 아니었다.
영국 더 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야생동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낸 저자가 동물 100종류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찰스 다윈은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크지만, 그것은 양적인 차이지 질적인 차이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사우스다코타에서는 해마다 사냥꾼 20만 명이 꿩 100만 마리 이상을 사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먹기 위한 것도 아니어서 사냥된 꿩은 많은 수가 버려진 채 그대로 썩는다.
인류의 무차별적 사냥은 역사가 깊다. 호주에서는 인간이 거주하기 시작한 이후인 지난 4만 년 동안 대규모 육상 척추동물의 90%가 사라졌다.
과학과 인문학을 가볍게 오가는 전개와 흥미로운 이야기에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우주의 무중력 환경에서 짝짓기에 성공하고 지구로 귀환해 자손을 낳은 유일한 육상동물은? 바퀴벌레라고 한다. 2007년 러시아인들이 우주로 보냈던 이 바퀴벌레에는 ‘나데즈다’라는 이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