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총… 정치권-경영진 비판론 주가 최근 1년새 최저로 떨어져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KT 주총은 최근 대표 후보 및 사외이사 후보들의 사퇴로 이른 아침부터 주주들이 몰리고 시위가 벌어지는 등 혼란 속에 열렸다. 뉴시스
차기 대표이사 후보와 사외이사 후보들이 모두 사퇴하는 파행을 겪은 KT의 정기 주주총회가 31일 열렸다. 주총 개최 1시간 전인 오전 8시경부터 주주들이 몰려 70m가량 길게 줄이 늘어섰고 내부에선 안건이 통과될 때마다 고함과 비속어가 나오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KT는 이날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정기 주총을 열어 45분 만에 재무제표 승인 등 4개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 직전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이사회 의장),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 등 사외이사 후보 3명이 모두 자진사퇴하면서 표 대결이 예상됐던 해당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통신업계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10.12%)이 지난달 30일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의결권 행사를 결정한 점이 자진 사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재선임 대상 사외이사 3명 중 후보 1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고 2명은 ‘중립’을 제시했다.
주총이 열린 건물 입구에선 해직 직원 등으로 구성된 ‘KT전국민주동지회’가 집회를 열어 “내외부로부터 어떠한 감시와 통제도 받지 않고 있다”며 KT 경영진을 비판했다. 주총이 시작된 뒤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입장하고 안건이 올라올 때마다 박수와 고함 등이 뒤섞이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50대 소액 주주는 “정략적인 목적을 가진 주주들이 경쟁적으로 발언에 나서는 등 복잡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다른 주주는 “챗GPT 등 경쟁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데, 세계적인 기업이 돼도 시원치 않은 판에 이런 경영 공백 사태는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총이 끝난 뒤에도 외압 논란이 불거진 정치권을 비판하는 쪽과 KT 경영진의 책임을 지적하는 주주들이 각자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KT는 이날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사퇴한 사외이사 3명 등 총 4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한다”고 공시했다. 상법에 따라 이사회 정족수(3명)를 채우기 위해 재선임을 포기한 사외이사 3명에게 신규 이사 추가 선임 전까지 임시로 권리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KT는 비상경영위원회 산하에 주주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신규 사외이사 추천 절차를 검토해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외이사를 충원해 이사회를 구성한 다음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KT는 임시 주총 2차례를 거쳐 8월 중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