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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연 매출 8조 원 도전… 블록버스터급 신약 기대하세요”

입력 | 2023-04-03 03:00:00

[Stock&Biz] 카나리아바이오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으로 세계서 주목 받아
42개월 무진행 생존 기록… ‘기적의 신약’ 탄생 예고
긍정적 임상 결과 잇달아 발표… 다국적 제약사도 구애




정부가 2027년까지 25조 원을 투자해 연 매출 1조 원 이상 블록버스터 신약 2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 계획(2023∼2027)’을 수립하고 블록버스터급 신약 창출, 글로벌 50대 제약사 육성 등 전략을 내놓았다.

전 세계 제약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조4200억 달러(1832조 원)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2.7배에 이른다. 제약·바이오산업은 국민 건강과 보건 안보를 위한 국가 필수 전략 산업이다. 우리나라 제약 시장 규모는 25조4000억 원으로 산업적 측면에서도 양질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도 지속 성장하고 있는 유망 분야다.

이런 가운데 생명공학 기업 카나리아바이오(대표 나한익)가 난소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오레고보맙(Oregovomab)’이 최대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며 블록버스터급 신약 출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난소암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 오레고보맙은 충분히 이슈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약제다. 임상 2상에서 ‘무진행 생존 기간(PFS)’을 기존 표준 치료법보다 무려 30개월이 늘어난 42개월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나한익 대표는 “시장에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면역항암제들이 3개월에서 5개월 정도 PFS를 늘리는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라며 “오레고보맙은 확실히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PFS가 늘었다는 것은 암세포가 더 자라지 않고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라면서 계속 변이가 되는 암세포의 크기가 머무는 것으로 생명 연장보다는 사망 시점이 연기되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실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PFS 데이터를 유효성 평가 지표에 포함시켜 신약 승인의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 즉, 종양의 일시적인 축소(관해)보다 생존 기간 개선과 환자의 삶 질 개선, 신체적 기능 개선 등이 FDA 신약 승인의 핵심 허들이 되는 셈이다.

나 대표는 오레고보맙이 난소암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서 가져다줄 수 있는 잠재적 혜택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나리아바이오의 연구개발(R&D) 성과들이 실제 신약 출시로 이어지면 전 세계 바이오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상당히 크다.

여성 사망률 1위 난소암은 아직까지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암이기 때문이다. 난소암은 난소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50∼70세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다. 유방암,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3대 여성 암 중에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가 난소암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수조 원에 달하는 전 세계 난소암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탄생하게 된다.

세계적인 의약품 시장 조사 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는 오레고보맙이 미국에서 최대 6조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50위권 제약사 목표
의약품 분야에서 블록버스터는 연간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약물이다. 블록버스터 약물 보유 여부는 제약 업체의 성공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나 대표는 오레고보맙이 2030년까지 연 매출 8조 원 이상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오레고보맙과 차기작인 췌장암 치료제 브레바렉스(BrevaRex)를 쌍두마차로 2030년까지 글로벌 50위권 제약사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국내외에서 굵직한 이력을 남긴 바이오산업 전문가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CMO(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인 제노피스(Genopis)를 설립해 운영했고, 헬릭스미스에서 전략 총괄실장 겸 CFO, ANLBIO 사업개발 본부장을 거쳐 뉴로마이언 CEO를 지냈다.

금융권 이력도 화려하다. 뉴욕 딜로이트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와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에서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나 대표는 “오레고보맙은 난소암 면역항암제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미국 난소암 처방과 관련해 표준 치료법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카나리아바이오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오레고보맙은 4번 주사하는 항암 백신으로 난소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다. 환자의 혈액 내 난소암 종양표지자인 CA-125 항원에 결합해 그 결합체로 환자 인체 내 면역성과 T세포(T-cell)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면역 체계 전체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 백신으로 특정한 면역 기능을 높여주는 기존 면역항암제와 다르다. 후천적으로 암의 항원에 면역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치료 기전이 일반적인 독감이나 코로나 백신과 유사하다.

오레고보맙이 가장 유망한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난소암에서 과발현하는 당단백의 일종인 ‘CA-125(난소암 주요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을 이끌어 내는 마우스 단일클론 ‘IgG1’ 항체라는 점이다. CA-125는 난소암 종양표지자로 주로 난소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을 말한다.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9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앞선 임상 2상을 통해 CA-125의 정보를 탐색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것이 확인됐다. PFS도 기존 표준 치료법 대비 30개월이 늘어난 42개월이라는 고무적인 결과를 보였다.

오레고보맙에 의한 치료 요법은 특정 조건에 있는 환자들이 아닌 ‘모든 환자’를 위한 치료 요법이라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 난소암 환자 중 BRAC 유전자 변이, HRD 양성 조건에 있는 일부 환자에게만 유효한 여타 치료제와 달리 완전히 다른 원리로 작용하기에 모든 환자군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오레고보맙은 한 번 투여할 때 2㎎을 투여하고 4번 투여로 끝나기 때문에 독성이 미미하고 기존 치료제들과 기전이 달라 난소암에 쓰이는 모든 항암제와 병용 투여가 가능하다. 임상 2상에서도 화학 항암제 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과 같이 투여했을 때 안전성 문제가 전혀 없었다.


글로벌 3상 모집 마감 상업화 기반 확보
카나리아바이오는 난소암 신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오레고보맙 글로벌 3상에서 선행항암요법 코호트(Cohort) 환자 모집을 최근 마감했다.

앞서 지난 2022년에 미국에서 GSK(글락소미스클라인)와 오레고보맙-제줄라 병용 투여 임상 2상을, 인도에서 오레고보맙 선행항암요법 임상 2상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GSK는 임상 연구에 필요한 제줄라(니라파립)를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하고 20만 달러(2억5800만 원)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에 따르면 오레고보맙 글로벌 3상은 미국 듀크대학 암연구소 박사인 앤젤레스 세코드를 책임자로, 16개국 161개 사이트에서 진행 중이다.

글로벌 임상 3상은 보조항암요법과 선행항암요법 두 개의 코호트로 나눠 진행되는데 미국 FDA는 이 중 하나의 코호트만 성공해도 신약 승인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선행 항암 코호트는 이미 환자 모집을 마감했고 보조항암요법 코호트는 90% 가까이 모집했다. 추적 관찰만 남았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나 대표는 “추적 관찰이 2023년을 넘어가면 성공적인 임상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이 코앞에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카나리아바이오는 현재 오레고보맙의 상업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중간 결과 발표에서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확인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신약 허가 준비를 마무리하고 품목허가신청(BLA)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FDA 출신 박사 등 세계 최고 인재 영입

나한익 카나리아바이오 대표

상업화에 앞서 대대적인 조직 강화도 단행했다. 상업화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의학부와 생산기술 분야다.

나 대표는 의·약학 개발본부를 새로 조직하고 이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를 영입했다. 우선 BMS,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등에서 의약학 개발팀장을 지낸 스리 자다 박사를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의·약학 개발본부는 연구개발과 상업화 부서 간의 내부 소통, 회사와 외부 이해관계자 간의 외부 소통, 마케팅 임상 전략 수립, 환우회와의 협력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스리 자다 박사는 카나리아바이오에 합류해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의 상업화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에 위치한 의약품 CDMO(위탁 개발 생산) 사이토반스(Cytovance)와는 오레고보맙 상업 생산 준비에 들어갔다. 사이토반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오레고보맙 글로벌 임상 3상 시료를 생산한 CDMO다.

생산기술 부문에서는 FDA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영입해 이목을 끈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지난달 17일 FDA 출신 아클레시 나게이치 박사를 생산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나게이치 박사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간 FDA에서 CMC 심사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미 FDA에서 근무하면서 6개의 바이오신약승인신청서(BLA) CMC 심사를 맡은 경험이 있다. 이외에도 미국국립보건원 암센터에서 7년간 근무했고 위탁 생산 업체 이머전트 바이오사이언스에도 몸담았다.

나 대표는 “나게이치 박사는 미 FDA에서 BLA 심사 경험뿐만 아니라 FDA 감시인으로 바이오 의약품 CMO 품질감사까지 직접 진행한 경험이 풍부해 상업 생산 준비에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엔 HLB 그룹사인 HLB생명과학의 의약품 개발과 사업개발 본부장을 맡았던 윤병학 박사를 총괄사장으로 영입했고 글로벌 CRO 파렉셀, HLB에서 임상 관리를 진행한 임상 전문가 최승영 본부장이 카나리아바이오에 가세했다. 아울러 팀장급 빅토리아 김(미국)과 라지 테자(인도)를 채용하는 등 유독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상업화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에 직접 유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직접 판매에 나설 경우 연간 비용은 최대 50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레고보맙이 미국에서 최대 6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면 5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미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은 파트너십을 통해 오레고보맙을 유통할 계획이다. 신약 개발로 이처럼 수조 원의 매출을 예상할 수 있는 배경은 기존 국내 제약사들이 해왔던 기술 수출(이전)이 아닌 판권 계약에 나서겠다는 자신감에서다.

나 대표는 지난달 20∼22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이오 유럽 스프링(BIO-Europe Spring)’ 등 굵직한 글로벌 파트너링 이벤트에 직접 참여해 활발한 파트너십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8개의 다국적 제약사와 비밀유지서약서를 체결하고 실사에 돌입했다. 그는 “더 좋은 계약을 하기 위해 더 많은 다국적 제약사와 논의를 진행해 경쟁을 붙이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기존 치료제보다 무진행 생존 기간이 고작 2∼3개월만 늘어나도 ‘최고 신약(Best-in-class)’으로 대접받으며 FDA 신약 허가를 받아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조군보다 무려 30개월이나 긴 42개월의 PFS를 기록한 오레고보맙은 난소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