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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입이 즐거운 ‘대학로 한옥거리’

입력 | 2023-04-03 03:00:00

[Stock&Biz]




A: 오이지, B:은식당, C:나래함박, D:갸우뚱

최근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고집하며 대학로만의 뉴트로 감성을 잇는 한옥 거리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모녀가 오랜 시간 애정을 쏟아 만들어 낸 보물 같은 곳, ‘대학로 한옥거리’가 그 주인공이다.

대학로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한옥거리는 실제 100년의 역사가 살아 있는 전통 한옥과 고택을 개조해 식당으로 만들어 대학로의 새로운 문화로 대중에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옥 거리에 나란히 위치한 오이지, 은식당, 갸우뚱, 나래함박은 박은희, 김나래 모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모녀는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는 뻔한 거리가 아닌 대학로만의 뉴트로 감성을 풍기는 거리로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 나갔다. 전통 한옥 오이지 식당을 시작으로 은식당, 갸우뚱, 나래함박으로 점차 그 규모를 확장해 나간 것이다.

현재 오이지는 퓨전 한식, 갸우뚱은 홍콩식 중화요리, 나래함박은 퓨전 일식, 은식당은 육류를 이용한 다양한 퓨전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상호부터 메뉴, 인테리어까지 대학로의 감성과 문화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각 식당에서 선보이고 있는 퓨전 요리들은 요리 연구에 일가견이 있었던 엄마인 박 대표의 음식 사랑이 딸인 김 대표에게 이어진 결과물이다. 미모의 두 모녀를 직접 만나봤다.





엄격한 위생 관리… 가성비 맛집



은식당

최근 냉삼겹살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패션과 문화계 전반에 레트로 감성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외식업계에도 복고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냉삼겹살과 한상반찬.

100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택에서 맛보는 ‘은식당’ 냉삼겹은 이러한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저격하며 ‘기본에 충실한 맛집’으로 많은 손님에게 극찬받고 있다. 은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냉동 삼겹살과 차돌박이 등 육류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통업체에서 제품을 공수해 사용한다. 유통 과정부터 재료 손질, 요리에 이르는 과정까지 엄격한 위생 관리에 집중했다. 가격도 주목할 만하다. 은식당 냉삼겹은 170g 기준 1만 원이다. 제대로 된 ‘가성비 맛집’으로 통하는 이유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오징어볶음과 제육볶음도 반응이 폭발적이다. 대부분 냉동 오징어를 사용하는 타 업체와는 달리 은식당 오징어볶음에는 냉장 오징어가 한 마리 통째로 들어간다. 제육볶음과 오징어볶음은 넉넉한 양으로 식사와 술안주로도 적합하다. 여기에 은식당의 시그니처 후식인 ‘시원한 은국수’가 곁들여진다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한 상이 완성될 것이다.





한국스타일로 재현한 홍콩의 맛



갸우뚱

특이한 외관, 신비로운 아치형의 입구에서부터 기대감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곳, 바로 대학로 100년 고택에 지어진 홍콩 음식 전문점 ‘갸우뚱’이다. 실제로 갸우뚱은 한국스러우면서도 중국스러운 느낌을 찾고자 하는 모녀 대표의 생각에서 나온 귀여운 상호다. 모녀 대표의 아이디어와 45년 경력의 화교 출신인 메인 셰프가 음식을 선보이는 갸우뚱의 시그니처 메뉴는 마파두부면이다. 갸우뚱 마파두부는 마파두부에 쫄깃한 면을 넣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산 유기농 두부를 사용해 탱글탱글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으며 산초의 얼얼함까지 더해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면과 잘 어우러지도록 개발했다. 갸우뚱의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는 바로 ‘팔보짜장미엔(사진)’과 ‘어향가지덮밥’이다. 팔보짜장미엔은 말 그대로 팔보채와 짜장면을 퓨전한 것으로 오징어, 주꾸미, 죽순, 청경채 등 각종 야채가 어우러진 팔보채의 풍성한 요리 재료에 면을 비벼 먹는 요리다. 어향가지덮밥도 강력 추천한다. 갸우뚱만의 매콤 달달한 특제 소스와 어우러진 어향덮밥은 하루를 향긋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모녀는 중식의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새로움을 지속 추구하고자 하는 도전 정신을 갸우뚱만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꼽았다.





전통 한식의 맛에 ‘오감만족’



오이지

퓨전한식당 ‘오이지’는 간단해 보이지만 정성을 들여야 제맛이 나고 그 매력을 풍길 수 있는 오이지 반찬과 비슷한 곳이다. 주 손님 연령층이 20대인 오이지의 대표 메뉴들은 모두 퓨전 한식이다. 전통적인 한국의 맛은 살리되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통한 메뉴 개발로 오감을 만족할 수 있는 퓨전 음식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이지는 특히 재방문 손님이 많다. 지인과 방문했던 20대 손님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나 한국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외국인 지인을 데려오는 경우다. 오이지의 시그니처 메뉴는 차돌 들기름 국수, 차슈 김치 덮밥, 명란 치즈 순두부 등이다. 차돌 들기름 국수는 비법 소스로 단짠의 맛을 내어 고소함은 기본, 특유의 감칠맛으로 중독성이 있다. 차슈 김치 덮밥에 들어가는 차슈 또한 오랜 시간 숙성 과정을 거쳐 양념해 그 감칠맛이 배가 된다.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인 명란 치즈 순두부(사진)는 어떤 메뉴보다 오랜 시간 테스트를 거쳐 만들었다. 순두부는 말 그대로 대표적인 K푸드인데 오이지만의 다채로운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식재료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명란과 치즈의 조화와 더불어 특제 소스 추가로 최상의 맛을 구현할 수 있었다.





함박 특제소스로 다채로운 풍미



나래함박

콘크리트와 자작나무, 스테인리스 등 이 세 가지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 한국적인 멋과 일본 특유의 모던함이 어우러져 있는 함박스테이크 전문 일식당 ‘나래함박’이다. 테이블 전면에 놓인 참숯, 눈앞에서 구워지는 고기의 향, 솥단지에서 나오는 갓 지은 밥과 국의 연기 등 오감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퍼포먼스는 나래함박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양고기 함박.

두 모녀 대표는 외식 트렌드를 비교하고자 약 20년 전부터 일본의 맛을 연구했다. 특히 딸인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함박스테이크를 좋아했는데 시부야에서 먹는 함박스테이크로 메뉴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이후 ‘한국의 함박스테이크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나래함박’을 대중에게 선보이게 된 것이다. 나래함박의 메인 메뉴인 함박스테이크는 ‘소고기 함박’과 ‘양고기 함박’ 두 종류다. 취향에 맞게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육즙 가득한 고기 본연의 맛에 특별한 소스가 더해져 입 속 가득 다채로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양고기를 함박스테이크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나래함박은 양고기의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마리네이드를 진행한 후 고기를 다진다. 나래함박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는 이나니와 우동이다. 일본의 장인이 정성껏 만든 면을 공수해 사용하고 있으며 소스는 무와 와사비, 특제 김페스토를 직접 개발해 면 위에 얹어 선보이고 있다. 나래함박은 총 7가지의 함박스테이크 소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모두 매일 아침 직접 만든다. 나래함박 메인쉐프는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함박스테이크는 고가라는 이유로 갈빗살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식재료의 부담감보다 재료 본연의 맛과 손님의 만족도에 집중하기 위해 매일 새벽 신선한 냉장 갈빗살을 받아 직접 손질한다”고 밝혔다.





“누구나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만들어요”



박은희-김나래 대표 인터뷰


딸 김나래 대표, 엄마 박은희 대표.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거리가 대학로다. 고즈넉하면서도 레트로 감성이 매력적인 대학로의 새 명소로 ‘한옥거리’를 만들었다. 왜 대학로를 선택했나?

엄마 박은희 대표 “대학로는 나의 고향이다. 태어나고 자란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40년이 됐다. 젊음과 문화예술의 거리인 대학로에서도 고즈넉함을 느끼게 하는 골목이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처음으로 오픈했던 오이지의 퓨전 한식 메뉴를 많은 손님이 사랑해주시는 걸 보며 한옥과 고택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딸에게도 마찬가지다. 익숙하고 정겹고 따뜻한 이곳에 터를 잡고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식당 4곳 모두가 전통 한옥 또는 고택이다. 개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건 무엇인지 궁금하다.

딸 김나래 대표 “한옥과 고택 개조는 늘 어려움이 따른다.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대들보 등 기본적인 뼈대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멋을 재해석한 한옥과 고택으로 인정받으며 손님들에게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해 드릴 수 있게 돼 뿌듯한 마음이 든다. 각 식당에는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에 맞는 소품들이 배치돼 있으니 눈으로 보고, 맛으로 먹는 두 배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모녀 지간은 ‘딸이 결혼할 즈음에나 서로 맞는다’는 말도 있다. 음식에 대한 견해 차이와 세대 차이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다.

김 대표 “엄마와 나는 소름 끼치도록 입맛이 비슷하다. 엄마와 딸은 원래 비슷하다고 하지만 특히 우리 모녀는 남다른 것 같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는 나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셨다. 나는 성악을 전공하며 해외에 자주 나갔는데 그때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할머니도 요리 솜씨가 뛰어나 음식점을 하셨고 엄마도 그러하다. 음식에 대한 입맛과 분석, 재해석에 대한 부분은 태생부터 타고난 기질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에도 분명 세대 차이가 있겠지만 엄마라는 존재를 떠나 인간 박은희 대표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트렌디한 사람이다. 40년간 쌓아온 경험치가 있기에 나는 그 변화와 민감함을 존중한다. 엄마는 나의 든든한 인생 멘토다.”

―네 곳의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김 대표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식당의 평들을 보면 어디 하나 모난 것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메인 메뉴는 물론이고 기본 반찬들까지 모두 평이 좋다. 이는 신선한 식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재료, 깨끗한 매장, 친절함과 서비스를 기본으로 누구나 기분 좋게 먹고 또 생각이 나 다시 찾게 되는 식당이 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음식에 대한 정의가 궁금하다.

박 대표 “음식은 인생이다. 음식으로 누군가를 추억하기도 하고 세월을 함께하기도 한다. 인생에서 맛있는 음식이 없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이것이 우리 모녀가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마음가짐이자 음식에 대한 정의다.”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