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오전 4시 50분경 택배기사 A 씨가 서울 강남구 한 빌라에 생수 4박스를 배달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 영상 캡처
고객이 주문한 생수 4박스를 배달받지 못했다며 환불받았으나 해당 생수를 집안에 들여놓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택배기사에게 포착됐다. 택배기사는 이후 고객이 보복성으로 생수를 대량 주문한 뒤 반품했다고 주장하나 고객은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1일 MBC ‘엠빅뉴스’에 따르면 택배기사 A 씨는 지난 2월 28일 오전 4시 50분경 서울 강남구 한 빌라에 생수 4박스를 배달했다. 40㎏에 달하는 생수를 들고 4층 계단을 힘겹게 오른 그는 배송을 완료한 뒤 고객에게 확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며칠 뒤 A 씨는 택배업체로부터 “고객이 상품 미수령으로 3만6400원을 환불했다. 상품을 찾아와야 상품값이라도 페널티에서 제외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A 씨는 무겁고 부피가 큰 생수는 누군가 가져가는 일이 별로 없기에 의아했다고 한다. 그는 고객의 빌라에 찾아가 건물 CCTV를 확인했다. CCTV에는 A 씨가 생수를 배달한 지 2시간 30여 분 뒤, 한 여성이 나와 생수 4박스를 집으로 옮기는 장면이 담겼다. CCTV를 함께 확인한 건물 관리인은 “(집으로) 갖고 들어가는데 왜 없다고 하지”라고 했다.
택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고객과 택배기사 A 씨가 나눈 문자메시지.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 영상 캡처
이후 해당 고객은 생수 20박스를 주문했다. A 씨는 4층 계단을 5번 오르내리며 배송을 마쳤다. 그가 배송 완료 문자를 보내자마자 고객은 “8묶음은 반품하겠다”며 회수를 요청했다고 한다.
A 씨는 결국 고객에게 정신적 피해와 시간 낭비로 인한 위자료 100만 원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걸겠다고 알렸다. 과거 비슷한 사건의 판결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일전에 3만5000원짜리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거짓말한 고객 때문에 열흘간 증거를 찾으며 일도 제대로 못 한 택배기사에게 위자료 100만 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A 씨가 고객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고객은 “협박이란 말은 내가 쓰지 않았고 상담사가 내 말을 듣더니 협박인 것 같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A 씨는 고객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그는 “(기사와 손님이) 서로 믿어야 하지 않나. 저희도 배송해드리고 고생하는 건데 이런 몇몇 분들 때문에 고객을 불신하게 된다. 심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놨다.
고객이 택배기사 A 씨에게 협박받고 있다며 업체에 넣은 민원.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 영상 캡처
이어 “저는 계속 제가 주문한 건 배송이 안 오고 있다고 생각해서 결국 환불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동거인이 주문할 때 결제창까지 제대로 안 넘어가서 주문이 안 됐고 제가 주문한 것만 배송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상품 구매처 측과 배송기사님께 제 착각이었음을 인정하고 죄송하다고 사과드렸다”며 “바로 생수 가격도 납부했다”고 했다.
이어 “160개(8묶음)를 3월 4일에 주문했다가 5일에 취소한 뒤 240개(16묶음)로 재주문했다. 취소 건을 빠르게 택배사에 전달 요청해달라고 하려고 택배 고객센터에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상품 구매처에 전화했는데 3월 4일 주문 건은 집에 도착하지 않을 거니 안심하라고 안내받았다”며 “저는 3월 7일부터 수차례 상품 구매처와 전화해서 최대한 빨리 회수해 가시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기사님(A 씨)께 휴대전화로도 상품 구매처에 회수 접수한 사진과 8묶음 회수 부탁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알겠다는 답장도 받았다”며 “저는 상품 구매처 측에 정확히 반품 요청을 했는데 상품 구매처 측에서 택배업체 측에 회수 요청지 주소를 보내지 않아 발생하게 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