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원전 저장시설 가보니 7.0규모 지진 견디게 안전 설계, 50m 높이 원통 가득차면 밀봉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득 차… 설치기간 수십년 걸려 대비 시급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본부 내 방사성폐기물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월성 원전 내 저장시설은 현재 75.5%가 채워져 있어 2037년이면 포화가 예상된다.
“빛(전기)에는 빚이 따릅니다. 지금 제 발밑에 저장된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이 ‘빚’인 셈입니다.”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본부. 이곳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맥스터) 옥상에 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사용후핵연료, 즉 방폐물이 발생한다. 원전에서 나온 방폐물은 짧게는 수백 년에서 수만 년까지 독성 방사능을 내뿜는다. 원전에서 발생한 고준위(농도가 높은) 방폐물은 현재 원전 부지 내에 저장되고 있다. 맥스터는 방폐물을 저장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내부 1cm 두께 금속 실린더로 방폐물을 1차로 감싼 뒤 외부 1m 두께 콘크리트 벽이 한 번 더 유출을 막는다. 진도 6.5∼7.0 규모 지진에도 견딜 수 있고 항공기 충돌 실험에서도 온전할 정도로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날 기자가 방사선 측정기를 들고 맥스터 인근에 1시간가량 머물며 수시로 수치를 확인하니 기계는 줄곧 0.00mSv(밀리시버트)를 가리켰다. 최소 측정 단위인 0.01mSv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0.00으로 표시됐다. 흉부 엑스레이를 1회 촬영할 때 피폭되는 방사선량이 0.2mSv 정도다.
고준위 방폐물을 수백 년간 보관할 영구처분시설을 설치하는 데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건설이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 원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영구 처분 이전에 중간 저장을 할 수 있는 시설부터 지어야 한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물 저장을 규정한 특별법 3개 안이 여야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후대에 원전 사용에 대한 빚을 남기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특별법이 제정돼 방폐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