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지막 황제’로 1987년 수상 ‘남한산성’으로 한국영화와도 인연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동아DB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인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가 지난달 28일 직장암으로 투병 끝에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향년 71세. 소속사 측은 이날 사카모토가 생전에 좋아했다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문구와 함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사카모토는 지난해 12월 11일 도쿄 NHK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온라인 콘서트 ‘류이치 사카모토: 플레잉 더 피아노 2022’를 열었는데 이 무대가 관객들과 접하는 마지막 자리가 됐다.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3인조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영화 ‘마지막 황제’ 사운드트랙에서 주제곡 ‘레인’ 등으로 아시아계 최초 골든글로브상, 아카데미상 작곡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음악가 반열에 올랐다. 2017년 영화 ‘남한산성’의 사운드트랙을 맡아 한국 영화와도 인연을 맺었다. 한국에서 여러 차례 내한공연을 가지며 국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카모토는 2014년 구인두암 진단을 받았고 2020년 6월 암이 재발했다. 소속사 측은 “고인은 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음악과 함께 했다. 유언에 따라 장례식은 친인척만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곡가 유희열은 지난해 발표곡이 사카모토의 곡 ‘아쿠아(Aqua)‘과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돼 하차한 바 있다. 당시 사카모토는 “(표절 여부의) 선 긋기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전문가도 일치된 견해를 내놓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나 또한 서양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독창성은 자기 안에 있는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